“나의 작품 중 가장 진지하고 폭력적이고 어두운 영화가 될 줄 알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남북한의 대적과 그 안에서의 형제애, 웃음 코드로 충무로의 ’절대 감독‘으로 급부상한 박찬욱 감독.

이후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독특한 소재와 시선을 잡아끄는 카메라의 시선, 파격적인 스토리 등으로 ‘한국 영화의 창조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가 ‘사제의 불륜’이라는 독특한 로맨스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특히 그간 보여줬던 영화보다 더 파격적인 베드신과 충격적인 노출신, 그리고 배우들의 눈물어린 연기 투혼까지 10년 동안 준비했다는 작품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24일 언론에 첫 공개된 신작 ‘박쥐’는 과히 충격 그 자체였다. 사제의 위험한 사랑이라는 소재에 극을 이끌어가는 파격적인 신들, 그리고 종전의 배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난위도 연기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어둡기만 한 소재와 파격적인 신들에 앞서 박 감독의 특유의 웃음 코드는 여전히 관객들에게 아이러니컬한 웃음을 선사하며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10년 전 이 영화를 준비할 당시에는 내 작품에 있어 가장 진지하고 어두운 영화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천성은 어쩔 수가 없는지 장난끼가 제어가 안돼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하지만 폭력적일수록 예상 못한 유머는 억지스럽지 않다면 그것이 정말 인생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고 ‘그 유머’에 대해 애찬론을 펼쳤다.

특히 “이 영화는 장소도 몇 개 안되고 그나마 있는 장소도 좁은 방안이고 등장 인물도 별로없다. 굉장한 볼거리가 속출하는 영화도 아니고 오로지 인물들, 몇 명 안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그것으로 전체를 끌고 가야하는 작품이다”라면서 “캐스팅 때도 그런 점을 명심하면서 했고 좋은 결과를 얻게된 것 같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흡족한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는 특히 워낙 유명한 감독들이 대거 참여했고, 큰 상을 받은 이들 또한 유난히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역대 가장 경쟁 진출작이 많다는 말을 전해 들었는데, 마치 벌써부터 상을 수상한 듯한 무게가 느껴진다”라고 자신감 어린 소감을 피력했다.

‘박쥐’는 존경받던 한 신부가 정체 불명의 피를 수혈 받은 후 뱀파이어가 되고, 결국에 친구의 아내를 탐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 오달수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30일 개봉.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