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TV 중계 중단 사태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공전 중인 가운데 야구팬들의 짜증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들었던 비스포츠 케이블 채널인 디원 TV가 22일 전격적으로 편성 중단을 선언한 뒤 또 다른 채널인 리얼 TV가 23일 LG-삼성 경기를 하루만 '땜질' 중계한다고 알려지자 야구팬들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4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와 스포츠 전문 채널 간 중재 노력을 게을리 한 KBO는 물론 시청자를 볼모로 지나치게 제 주장만 앞세운 SBS 스포츠, KBS N, MBC ESPN, Xports 등 케이블 4사의 횡포를 참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 에이클라가 인지도가 낮았던 디원 TV에 이어 부랴부랴 섭외한 리얼 TV를 두고 '이러다 그동안 몰랐던 케이블 채널 전부를 다 알게 되는 것 아니냐'며 조소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의 선전으로 야구 붐이 인 시점에서 야구 발전의 양대 축인 KBO와 방송사가 무책임하게 '치킨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라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양측의 협상을 촉구하는 글이 도배됐다.

중계가 끊긴 지 나흘이 흐르자 행정력을 잃고 강 건너 불구경 중인 KBO를 꾸짖는 글이 늘기 시작했다.

배기종씨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로 중계를 보려니 너무 답답하다'면서 '제발 빨리 재협상을 해서 스포츠전문 방송 4사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고 썼다.

야구팬 정치원씨는 'KBO가 야구팬들을 위해 하는 역할이 무엇입니까.

도대체 왜 이 사태까지 오도록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거죠. 왜 계속 실망감만 주시는지 정말 KBO가 직접 나서서 중재에 나서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방송 파행이 일자 야구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팬도 꽤 늘었다.

차라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처럼 KBO가 직접 방송국을 차려 KBO TV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도 적지 않았다.

중계권료와 영상저작권료 재판매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 중인 케이블 4사에 대한 비난은 극에 달했다.

'방송 안보기 운동이라던가, 뭔가를 해서 방송국에 타격을 줄 방법 없나요?'(조태화씨), '이 참에 4개사를 다 물갈이하자'(이승우씨) 등 격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4개사가 담합한 것을 두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이상덕씨)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방송 4사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제는 KBO가 이들과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며 공개 응원하는 글도 많았다.

'땜질' 채널을 구한 에이클라의 협상력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듣보잡'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널을 예상한 누리꾼(ID combatmaster)도 있었고 ID choikh02라는 팬은 '현재까지 에이클라 완봉패'라고 에이클라의 준비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네티즌의 비난 대상은 각각 달랐으나 어쩌다 한국 야구가 중계방송이 끊긴 사태까지 오게 됐는지 한심하다는 의견은 한결같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