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맨몸 액션을 담은 중국 무협영화 '엽문',몸 동작과 사물을 정교하게 결합해 익스트림 액션을 선보이는 프랑스 영화 '13구역:얼티메이텀',비행기 추락과 열차 탈선 등을 눈부신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한 할리우드 재난영화 '노잉' 등 3국 3색 액션영화가 16일 나란히 개봉돼 관객몰이에 나선다. 짜릿한 액션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3국 액션영화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고수 엽문의 무술과 인생을 조명한 무협물.리롄제 이후 중국 최고의 무술배우로 평가받는 견자단이 여성의 호신술로 개발된 영춘권을 선보인다. 실존 인물의 스토리를 다룬 만큼 액션 장면도 사실적인 게 특징.일본인 10명과 엽문 간 10 대 1의 대결 장면은 실전처럼 배우들의 계산된 몸 동작 중심으로 펼쳐진다. 일본 가라데와 영춘권의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편집이나 CG 등 영화적 기술들은 거의 동원되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또 단순히 보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무술 액션도 담겨 있다. 일례로 극중 엽문이 목인장(나무로 만든 훈련도구)으로 혼자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 데,이는 관객들이 일상에서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다. 액션 신에선 등장 인물들을 철저히 훈련시켜 정교한 무술 액션을 연출하는 중국 무협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것.치열한 액션 장면 뒤에는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연결시켜 액션의 스릴과 서스펜스는 더욱 강력해졌다.

'13구역:얼티메이텀'은 '레옹''테이큰''트랜스포터' 등 일련의 현대 프랑스 액션물을 내놓은 뤽 베송 감독이 제작했다. 정부는 슬럼가(13구역)의 흑인 갱단을 소탕하기 위해 지도상에서 슬럼가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은밀한 계획을 진행한다. 이것을 저지하려는 데미안과 레이토란 두 청년의 활약상이 영화의 얼개다. 건물 옥상 위로 고공 점프하는 추격신은 박진감이 넘친다. 주인공과 수십명 적들 간의 격투 신도 볼 만하다. 여기에 대규모 폭발 신과 총격 신은 양념이다. 이 같은 장면은 부분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레옹' 이래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미하는 프랑스식 액션 장면의 진수를 보여준다. 데미안과 레이토 역으로 고난도 동양무술을 연기하는 시릴 라파엘리와 데이비드 벨은 무술 분야에서도 동서양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할리우드 톱스타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노잉'은 최근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한 대학교수가 50년간에 걸친 인류의 재앙에 관한 충격적인 예언을 풀어가는 과정을 화려한 CG로 그려낸다.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전봇대에 부딪치고,자동차와 충돌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영화 사상 가장 실감나는 항공기추락 장면 반열에 오를 만하다.

질주하는 지하철이 선로를 이탈해 인도로 뛰어드는 장면도 생동감 있게 묘사된다. 여기에 불바다가 된 뉴욕 시가지를 CG로 구현한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