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천지애 역할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느낌 때문에 걱정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저를 팔색조라고 평가해주시네요. (웃음) 오늘 제 모습이 정말 극 중 캐릭터인 천지애 같지 않나요. 실제 제 사생활은 천지애와 거의 같습니다. 무식하게 나오는 것만 빼면요. (웃음)"

최근 MBC TV '내조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고동선ㆍ김민식)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코믹 연기의 진수를 펼치는 배우 김남주(38)가 털털하게 웃으며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가꿔 온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말대로 '내조의 여왕'에서 맡고 있는 천지애 역과 흡사했다.

천지애는 극 중에서 신데렐라를 꿈꾸며 서울대 출신 온달수(오지호)와 결혼한다.

하지만 남편이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무능한 남자로 전락하자 남편을 적극적으로 내조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나선다.

천지애는 자존심을 굽히고 남편 상사 부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쓴다.

와중에 "원래 잘난 사람들은 튀게 돼 있어. 군대일학(군계일학)이라고 하잖아" 등 무식함이 묻어나는 대사로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경영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들 얼굴 보는 것과 하루 3~4시간 자는 것이 요즘 소원"이라면서 "나이는 먹어가고 피부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웃으며 최근 촬영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심각한 상황에서도 코믹코드를 잃지 않고 있고, 달수와 지애의 아픔도 잘 어우러져 있다"고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6일 방송 후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KBS 2TV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종영 공백을 메우며 월화드라마 최고 인기 드라마로 부각한 것.
"어젯밤 기사를 통해 시청률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첫방송 때보다 어제가 더 떨렸어요. 첫방송 때는 오랜만에 복귀한 만큼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5~10분은 시청자 게시판과 기사를 체크한다"며 "여배우인 만큼 '예쁘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고 '웃다 보니 울고 있더라'는 말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남주는 연기에 대한 주변 평가를 통해서도 상당히 고무됐다고 전했다.

"칭찬에 인색한 유호정 선배나 한 번도 내 연기에 대해 칭찬한 적이 없는 남편 김승우 씨도 연기에 대해 칭찬했다"며 "승우 씨는 드라마와 온라인 게시판을 체크하면서 나에게 문자를 보내며 격려해 준다"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아줌마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가 각광받는 것에 대해서는 "나영희 선배께서 요즘 여배우의 생명력이 길어진 것을 부러워하시기도 했다"며 "결혼한 연기자는 성숙함과 현실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요즘 주목받는 것 같다. 또 결혼한 여배우들도 이에 발맞춰 운동과 음식 등을 통해 열심히 자기관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남주는 극 중에서 적당히 세련된 의상과 복고풍 헤어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처음에는 의상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잘 차려입으면 안 되는 역이지만 8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만큼 진짜 아줌마처럼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작가께서 '화려하지는 않아도 예쁘게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천지애는 극 중에서 학창시절 남학생들이 우상으로 떠받드는 '퀸카'였다.

학창시절 무시했던 친구 양봉순(이혜영)을 남편 상사의 부인으로 재회하면서 곤란함을 겪는다.

"실제 저는 학창시절 퀸카는 아니었어요. 공부는 10등 안에 드는 모범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존재감이 없고 말이 없는 학생이었어요. SBS공채로 탤런트가 되면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선배들이 저를 거칠게 다루면서 제 성격도 바뀌었지요. 이혜영과는 원래 절친한 사이라 촬영 때 서로 배려하고 조언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로 복귀하기 전까지 그는 두 남매를 키우며 상당기간 전업주부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첫째인 딸이 드라마에 출연한 제 모습을 보고 '엄마가 왜 자꾸 화를 내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는 한 달가량 아이들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서 하루 쉬어야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한 후 아침에 집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마침 그때 아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봤는데 갑자기 힘이 생겼습니다. 곧바로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저녁을 먹었지요. 그때 아이들을 보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한편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 "앞으로 이 드라마를 하면서 서민의 공감대를 더욱 끌어내고 싶다"며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내 마음이 서로 닿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