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 주연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에 빠져 있어서일까. 2일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강혜정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사랑의 기적'을 말했다.

그가 맡은 수강은 첫사랑에 집착하다 스토커가 되고 범죄자가 되고 노숙자가 됐다.

그리고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도 그의 마지막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수강이는 희망이 생겨서 행복했을거예요. 기적을 이루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희망이요"

그는 "노숙자에 스토커에 범죄자라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그런 캐릭터에도 험악해 보이지 않는 영화를 만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그가 맡은 캐릭터는 평범하지 않다.

아직도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올드보이'의 강혜정으로 기억된다.

'연애의 목적'의 홍,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 '도마뱀'의 아리, '허브'의 상은 모두 그의 표현대로 '만만치 않은 애들'이었다.

"왜 그런 '만만치 않은' 역할만 하느냐"고 묻자 "나도 그런 캐릭터만 주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며 웃는다.

"우선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을 고른 거예요. 제가 재미있지 않으면 하기 힘들잖아요. 공교롭게도 찍고 스크린에 옮겨 놓으면 보는 분들은 '또 강한 캐릭터 하는구나' 하시더라고요"

"제 영화가 갖고 있는 톤이 매번 다른데 그 중 강한 대비가 있는 작품을 특히 많이 봐주셔서 그런가봐요. 또 제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녀린 느낌은 없어서 강하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는 그 '강한 캐릭터'들이 사실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외롭거나 무언가 결핍돼 있거나,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고, 수강이도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영화를 할 때마다 매번 힘들고, 대충 넘어갈 수 있었던 적이 없지만 이번 작품 역시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정서와 제가 표현해야 하는 움직임이 완전히 달랐어요. 수강은 외로움의 끝에 있는 아이고 남을 해코지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어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줄 모르는 어린아이고요. 그런데 스토킹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다 범죄자가 되잖아요. 그 다른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간다는 게 어려웠죠"

이번 영화가 그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연기 외적인 공부를 하게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구상 단계부터 감독과 스태프들이 회의하는 자리에 끼어 "주워 듣다 보니" 공부를 하게 됐다는 것.
"예전엔 촬영장 가면 연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카메라, 조명같은 기술적인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니까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되고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나중에 감독하겠다고 욕심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 작품은 신현준과 함께 출연한 '킬미'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최근 촬영을 마친 한일 합작 드라마도 9월쯤 방송될 예정이다.

하정우와 함께 할 전계수 감독의 신작 '러브픽션'도 준비단계다.

평범하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그에게도 탐나는 역할이 있을까.

"공주님?(웃음) 너무 많은 캐릭터가 살고 있어서 단연 끌린다, 이런 건 없어요. 앞으로 어떤 희한한 캐릭터들이 등장할지는 기대가 됩니다. 캐릭터는 감독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 변태스러운 감독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