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극심한 불황으로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점술가들을 찾으면서 점집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점집은 방송에서도 호황이다.

방송에서 타로점을 통해 운세를 상담해주고 무속인들이 연애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심령과 퇴마가 주요 소재가 됐고 급기야 신 내림 장면까지 심심찮게 방송된다.

◇무속인이 주름잡는 케이블TV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무속인 복장으로 출연진의 고민을 상담하는 설정의 토크쇼다.

이는 대화를 풀어가기 위한 설정일 뿐이지만 케이블TV로 눈길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의 'ENEWS'는 고(故) 탤런트 정다빈의 어머니의 '접신' 장면을 방송했다.

tVN 측은 "지금까지도 딸의 자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어머니가 제작팀의 도움으로 접신을 통해 눈물로 딸과 재회했다"며 접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Q채널이 1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리얼 엑소시스트'는 밥 라슨 목사가 실제 의뢰자에게 행하는 퇴마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외 tVN '엑소시스트', MBC ESPN '미스터리 X파일', YTN스타 '점(占)점(占) 다가와', 코미디TV '고스트스팟', 리빙TV '타로 라이브' 등 무속인들이 등장하는 관련 프로그램은 수없이 많다.

불경기에 점집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에서도 무속 관련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인기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것.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심령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자 유사 프로그램이 급증하면서 흥미 유발을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극적인 부분을 삭제하고 가볍지 않게 접근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시청자를 끌기 위한 장치로 무속이나 심령이 이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너무 잦은 등장에 우려 목소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강명현 교수는 "케이블 채널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성이나 폭력에 이은 새로운 자극적인 소재로 무속이 등장했다"며 "그러나 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매체인 케이블TV에 대해서는 지상파에 비해 소재의 폭이 넓게 허용되지만 기본적인 공공성은 유지해야 한다"며 "무속 등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지나치게 방송되면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시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속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대에 편성돼 있지만 케이블TV의 특성상 낮에도 여러 차례 재방송되기 때문에 편성 시간이나 시청 등급이 무색해진다.

tVN 'ENEWS' 시청자 게시판에 한 시청자는 "요즘 케이블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무속인들이 출연하고 연예인들이 상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이 방송에서 자신의 인생을 무속인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에 무의식중에 젖어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규정에도 비과학적 내용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에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해서는 안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적시돼있다.

지난해 이 조항으로 주의 등 심의 조치를 받은 프로그램은 약 10건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