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뱀파이어는 실존했던 것일까? 이탈리아에서 중세 시대 ‘뱀파이어’로 추정되는 여성의 두개골이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뉴스 매체 ‘텔레그라프’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베니스 석호의 대량 무덤을 발굴하던 도중 이 두개골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무덤은 흑사병이 베니스에 창궐하던 1576년 당시 사망자들을 격리했던 곳이다.

인류학자들은 이빨 몇 개가 부러진 채 입에 커다란 바위가 강제로 쑤셔 넣어진 이 여성의 두개골을 조사한 결과 중세 시대에 공포를 몰고 왔던 ‘뱀파이어’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뱀파이어의 정체는 사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 ‘페스트(흑사병)’의 피해자다. 당시 흑사병에 걸린 여성은 종종 사람을 잡아먹는 뱀파이어로 여겨졌고, 뱀파이어들은 유럽 전역에 걸친 흑사병의 원인으로 매도됐다.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입 속에서는 종종 피가 뚝뚝 떨어졌기 때문에 전염병 희생자들이 뱀파이어일 거라는 미신이 떠돌게 된 것이다.

피렌체 대학의 마테오 보리니(Matteo Borrini) 박사는 당시 뱀파이어로 추정되는 자의 입 속에 벽돌을 박아 넣는 것은 그들이 무덤에서 되살아나 다른 전염병 희생자의 몸을 먹거나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마테오는 또 무덤에서 일하던 일꾼들이 시체의 수의에 깨물거나 씹은 흔적이 있는지를 체크해 그가 뱀파이어인지를 확인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한편, 마테오는 이 두개골이 뱀파이어에 관한 과학적 조사를 가능하게 해줄 첫 사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또 다른 전문가는 폴란드에서 이와 비슷한 해골이 발견된 적 있다며 “그것이 첫 뱀파이어 사례라는 것은 다소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팀 이나연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