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꽃미남 열풍을 몰고 온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틴 드라마'를 표방하며 10대를 집중 공략했다.

10대들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의 성공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드라마'의 탄생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틈새시장을 제대로 파고든 사례로 평가받는다.

어르신들의 감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겠지만 소녀팬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정층에 확실히 어필하는 드라마가 그만큼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니시리즈들이 소재의 다양화가 아닌 세대의 다양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니시리즈의 주요 시청층으로 꼽히는 30대 여성용 일변도에서 벗어난 10대용, 노년용 미니시리즈가 눈에 띈다.

◇'꽃미남 열풍'에 돌아온 10대

'궁'의 황인뢰 PD가 연출을 맡은 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서는 '꽃미남' 정일우가 일지매로 활약 중이다.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이 사극은 현대 서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독특한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극이 더이상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방송된 이준기 주연의 SBS '일지매'나 문근영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SBS '바람의 화원'도 사극의 시청자층을 다변화했다.

'꽃보다 남자'는 이보다 더 어린 층을 노려 '대박'을 터뜨린 사례. 최근 복고풍 통속극이 유행한 가운데 꽃미남이 대거 등장하는 학원물로 성공을 거뒀다.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배종병 PD는 "타깃층이 너무 낮아 청소년 드라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20-30대 시청자들도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폭넓은 시청층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자칫 포인트가 흐려질 수 있다"며 "10대를 기본 타깃으로 삼고 20-30대 여성을 공략했으며 주인공들의 가족 이야기를 강화해 시청자층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중년 로맨스로 '세대 확장'

최근 스크린에서 중년 배우들이 전성기를 누린 가운데 미니시리즈에서도 중년을 내세운 작품들이 늘고 있다.

29일 종영된 KBS 2TV 4부작 수목드라마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중년층의 기억을 자극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제작비 문제로 방송이 무산된 MBC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최불암, 나문희, 강부자 등을 중심으로 소외된 노인의 사랑을 그려낼 예정이었다.

KBS 2TV가 다음달 4일부터 방송하는 '미워도 다시 한 번'도 중년층을 겨냥한 작품. 그동안 미니시리즈에서 40-50대 연기자들은 대부분 주인공의 부모 역을 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박상원, 최명길, 전인화 등이 중년의 로맨스를 비중있게 그린다.

연출자인 김종창 PD는 "내용이나 소재의 신선함보다는 젊은 층 위주였던 미니시리즈의 '세대 확장'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할리우드에서는 60-70대도 멋진 멜로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중년의 인생과 향기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시청층 세분화의 명과 암

이러한 시청층 세분화는 시청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는 일단 긍정적일 수 있다.

미니시리즈 세편이 동시에 방송되는 비효율적인 편성 구조 속에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인 셈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김종창 PD는 "10대를 공략한 '꽃보다 남자'의 인기나 중장년층을 위한 드라마의 등장은 시청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중년들도 젊은 층처럼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마당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층의 다양화가 소재나 장르의 차별화 없이 단지 다른 세대가 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TV드라마PD협회장을 맡고 있는 MBC 이은규 PD는 "전문직 드라마나 명품 사극 등으로 소재를 확장하던 미니시리즈가 제작비 등의 문제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멜로로 패턴화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미니시리즈도 결국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는 연속극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