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포트라이트'에서 신창원모델로 한 장진규역

MBC TV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극본 이기원, 연출 김도훈)는 극 초반 '장진규 신드롬'으로 화제를 모았다.

탈옥수 신창원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장진규의 사실적인 연기에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드라마에서 신창원을 빼닮은 외모와 날렵한 동작을 선보인 배우가 정진(32)이다.

그는 비록 5회까지만 출연하고 빠졌지만 출연하는 동안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장진규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장진규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고, 저는 연기적인 면에서 칭찬을 받았지요.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라고 있습니다.

'장진규는 떴는데 정진은 모른다'는 지적도 있지만 장진규든 정진이든 어차피 저는 저입니다.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는 실감나는 연기를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신창원을 주제로 쓴 논문까지 뒤져가며 캐릭터 연구에 골몰했다.

"방송을 본 사람들로부터 제가 신창원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희열을 느껴요.

신창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쓴 편지를 모두 읽었습니다.

날렵한 몸매를 만들려고 체중도 6㎏이나 뺐지요.

신창원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그도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그는 자기를 이해해주는 여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했지요."

이어 그는 "갈수록 신창원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게 됐다"면서 "더 연구를 하다가는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되겠다는 생각에 그 정도 선에서 공부를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가 '신창원 베끼기'에만 주력한 것은 아니었다.

신창원을 충분히 공부한 후 자기만의 색깔을 덧입혔다.

"신창원과 달리 느린 말투를 썼어요.

세상을 가진 듯한 여유를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신창원은 강간을 하지 않았지만 장진규는 강간도 불사하는 인물이지요.

이 때문에 서우진(손예진 분)을 바라볼 때의 시선에도 각별히 신경 썼어요.

요즘 영화와 드라마의 범죄자는 대개 사이코패스이지만 장진규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양심도 있는 인물입니다."

드라마를 찍으며 작지 않은 부상도 입었다.

격투신을 찍다가 상대의 손에 맞아 오른쪽 입술 주변을 7바늘이나 꿰맸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을 때도 포탄 파편에 맞아 왼쪽 입술 주변을 5바늘 꿰맸지요.

앞으로도 저는 거의 모든 액션신을 직접 소화할 겁니다.

그래야 카메라가 더욱 생생한 장면을 잡아 낼 수 있어요."

'장진규'로 주목받고 있는 정진이지만 2005년 MBC TV 드라마 '신입사원'에서는 코믹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에릭(본명 문정혁)의 친구 주성태 역으로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영화에서는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신입사원' 등 드라마에서 코믹한 연기를 했지요.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싫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내가 배역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대학로 연극무대를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이발사 박봉구'로 데뷔했으며 '이게 뭐야'에서는 조연출, 극본까지 도맡기도 했다.

"극본, 연출, 출연, 제작 등 모든 것을 제가 맡아서 하는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게 꿈입니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이 꿈을 꼭 이루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는 9일부터 방송하는 KBS 2TV '최강칠우'에서 에릭과 다시 한 번 연기호흡을 맞춘다.

"정혁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해서 도와달라'고 했지요.

정혁으로서는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아서 흔쾌히 같이 하겠다고 했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