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스포트라이트'에서 선임기자 역

언론사 사회부 '캡'(사건사고 관련 선임기자)치고는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라는 느낌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쑥한 이미지가 캡의 거친 카리스마를 드러내기에 장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진희(37)는 이런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연기와 흥행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5월14일부터 방송하는 MBC TV 새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극본 이기원, 연출 김도훈)에서 경찰 출입 기자들을 지휘하는 오태석 역을 맡은 그는 "기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이 흥행에서는 실패해 온 징크스를 이번에는 깰 것"이라면서 "실제 기자 세계를 깊숙하게 다룰 것이며 대본도 무척 재미있어 시청률에 대해서는 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젠틀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드라마니까 그런 멋진 이미지의 캡도 가능할 겁니다.

어떤 기자들은 극중의 오태석처럼 뒷머리를 기르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대장금'의 민정호 역 이후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 영화 '퍼햅스 러브',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에서 다양한 역에 도전해 왔어요."

이어 그는 "그럼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나를 젠틀한 이미지로 기억한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는다"면서 "신뢰감을 주는 그런 이미지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기존 이미지에) 반대되는 캐릭터에 도전해 나가는 것이 독특한 재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가운데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한 후 현역 기자들과 어울리며 기자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저녁 술자리를 하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지요.

폭탄주를 계속 '원샷'하다가 결국 저는 '천천히 먹겠다'고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 기자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기자 세계가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대보다 더 위계질서가 있다는 사실도 접했지요."

이어 "새벽까지 술을 마신 기자들이 오전 6시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을 한 후 멀쩡하게 일을 소화하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일은 프로가 아니면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 역을 연기하면서 일반인의 시선으로 기자를 바라봤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점에도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뉴스에서 감정 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만 보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잔인한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는 것이 의문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공감이 갑니다.

만약 기자들이 감정을 섞어서 보도한다면 더 큰 파장이 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보도하는 순간만큼은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말 한마디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과 펜이 총보다 강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오태석은 기자의 표상과 같은 인물이다.

한국기자상을 3회 연속 수상할 정도로 취재력이 뛰어나며 기자로서의 사명의식도 투철하다.

극중 상대역인 사회부 2진 서우진(손예진)에게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캐릭터가 많지요.

반면 오태석은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는 냉철한 사람입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는 캐릭터이지요.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다그치지만 그것은 진실과 정확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도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일반 기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진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진실은 알려야 하는 게 기자로서 가져야 할 '진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