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악동' 등으로 불리는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4관왕에 올랐다.

25일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0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상을 석권하며 코엔 형제에게 아카데미 첫 수상의 기쁨을 안겨줬다.

이날 조엘 코언은 "에단이 열한살,내가 열두살이던 때부터 영화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어렸을 때보다 발전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익살을 부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우연히 돈가방을 얻은 카우보이와 그를 뒤쫓는 살인청부업자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의 서스펜스 스릴러.

남우조연상을 받은 하비에르 바르뎀은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무표정한 얼굴로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을 뛰어넘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 직후 미국 사회의 혼란스러운 가치관까지 독창적이고 충격적으로 그려냈다.

'바톤 핑크'(1991) '파코'(1996)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등 코엔 형제의 걸작들 가운데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함께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남우주연상과 촬영상 등 2개 부문상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1900년대 초 아들까지 버릴 만큼 냉정한 석유개발업자 다니엘 플레인뷰를 실감나게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골든글로브 작품상에 이어 7개 부분 후보였던 '어톤먼트'는 음악상을 받는데 그쳤다.

여우주연상의 영예는 '라비앙 로즈'에서 20세기 최고 가수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마리온 코티아르에게 돌아갔다.

'어웨이 프롬 허'의 줄리 크리스티와 '주노'의 엘렌 페이지가 수상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마리온 코티아르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처음 올라 단번에 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라비앙 로즈'는 분장상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마이클 클레이튼'의 틸다 스윈턴이 차지했다.

마리온 코티아르(프랑스),하비에르 바르뎀(스페인),틸다 스윈턴(영국) 등 미국이 아닌 외국 배우들이 보수적인 아카데미상을 대거 석권한 것은 이례적이다.

블록버스터 액션물인 '본 얼티메이텀'은 주요 부문은 아니지만 음악편집ㆍ음악효과ㆍ편집 등 3개 부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음악영화 '원스'는 주제가상을 받았다.

각본상은 10대 임신모 이야기를 그린 '주노'의 디아블로 코디에게 돌아갔으며,팀 버튼ㆍ조니 뎁 콤비의 '스위니 토드'는 미술상을 받았다.

이외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라따뚜이',시각효과에는 '황금나침반'이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외국어영화상은 오스트리아의 '카운터피터스'였다.

수상작 가운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어톤먼트' '주노' 등은 국내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내달 6일 개봉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