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헨젤과 그레텔' 촬영현장 공개

15일 부산 수영만 영화촬영스튜디오에 들어서자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예쁜 집이 자욱한 연기에 살짝 가려진 채 몽환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영화 '헨젤과 그레텔'(감독 임필성) 촬영이 한창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촬영분은 비밀의 숲 속 '즐거운 아이들의 집' 부엌 식탁에서 손님인 은수(천정명)가 이 집 아이들인 만복(은원재)과 영희(심은경), 정순(진지희)이 차려준 식사를 하는 장면.
식탁 위에는 알록달록 색이 선명한 과자와 시커먼 빛깔의 밥과 국이 함께 놓여 있고 그 앞에 은수는 암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임필성 감독이 천정명에게는 "아이들이 차려줬으니 맛있다는 듯 먹어줘야 한다"고, 아역 배우들에게는 "은수 오빠가 잘 먹고 있는지 잘 살펴보면서 같이 먹는 거야"라고 지도하자 배우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여섯살 난 정순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맛있어요?"라고 묻고 은수는 "어... 맛있어"라고 내키지 않는 듯 대답한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이전 장면의 식단에는 아이들이 보기엔 예쁘지만 어른들이 먹기엔 불쾌한 파란 색을 주로 썼는데 이번에는 회상 장면이라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나도록 붉은 색을 썼다"며 "세트 전체에서도 그로테스크와 동화적 분위기가 반반씩 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엌 바로 옆에는 막 동화책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거실 세트가 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거실 세트에는 동화 속 한 장면을 담은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고 예쁜 가구들 사이에 인형과 장난감이 가득하다.

거실에서 이어진 놀이방에 있는 장난감 기차의 가격은 무려 1천500만 원이고 사람 크기 만한 곰인형도 1천만 원 짜리. 거실과 놀이방 곳곳에서는 '주의!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소품 대부분은 컬렉터들에게서 빌려 온 것. 직접 디자인해 만든 세트에 총 4억 원이 들었고 소품에도 1억5천 만원이 들었다고 제작진은 귀띔했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같은 이름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숲에서 길을 잃은 은수는 영희를 따라 아이들의 집으로 왔는데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한 집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은수에게는 출구가 없는 악몽이다.

보호해 줄 어른들이 없는 집에서 아이들은 어른의 사랑을 갈구하고 은수는 이 집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과 남겨질 아이들에 대한 애틋한 심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영화의 장르를 '호러 판타지'로 분류한 임 감독은 현장공개 행사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그림동화의 원작에 기초하지만 사실은 한국이나 아시아의 어딘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국적이 없는 보편적인 잔혹 동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올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