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전 "한국 영화로 칸에 와 더 기뻐요"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영화 '숨'(제작 김기덕필름)이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대받아 19일 기자 시사회에 이어 기자회견, 레드카펫, 공식 상영 등의 행사를 치렀다.

이미 유럽에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김기덕 감독과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만 스타 장전(張震)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숨'은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여기에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 김기덕 영화에서 빛을 발해온 여배우 지아와 신예 강인형이 뭉쳐 새롭고 아름다운 사랑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공식 행사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 장전ㆍ지아ㆍ강인형 등 '숨'의 배우들을 칸 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는 해변에서 만난 이들은 대단히 즐거워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서로 반가움을 표현하느라 바빴으며, 친구처럼 허물없이 장난을 주고받았다.

의례적이긴 하지만 칸을 찾은 소감을 묻자 장전은 "특히 한국 영화로 칸에 참석하게 돼 기쁘고 느낌도 색다르다"고 말했고, 지아는 "수영하며 놀고 싶다"며 칸에 온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너무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인형도 김기덕 감독과 장전ㆍ지아를 언급하면서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와 함께 와서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전은 이번에 칸에서 '숨'을 처음 봤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지 물었더니 "아직도 내 연기를 스크린으로 보는 것에 익숙지 않다"며 멋쩍어했다.

다음은 배우들과의 일문일답.

--배역이 주어지면 어떻게 준비하나.

▲원래 준비성이 강해서 시간만 주면 최대한으로 준비한 뒤 연기한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님은 영화를 촬영할 때 어떤 작품이든지 미리 시나리오를 주지 않아 준비할 수가 없지만 말이다. (장전, 이하 장)

--지난번 인터뷰에서 장전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는데.

▲칸에 도착한 첫날도 장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라. 어차피 만날 건데 일부러 기다려줘서 무척 고마웠다.

그때보다 더 개구쟁이가 된 같다.(지아, 이하 지)

--'숨'에 출연해 호평받았는데 이후 출연 제의가 많아지지 않았나.

▲제의가 많아진 것은 모르겠다.

현재 '버텨라 고창식'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찍고 있다.(강인형, 이하 강)

--연기를 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절박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인데 깊이가 없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밑에 담겨 있을 법한 감정들을 (마음 속에) 채워놓고 끝까지 그 감정을 연결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촬영 기간이 짧은 데다 감독님도 짧은 시간 안에 촬영하는 스타일이라 신중하게 연기했고,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지)

--'숨' 같은 저예산 영화와 '적벽대전' 같은 큰 영화에 출연했다.

저예산 영화에도 출연하는 이유는.

▲일단 저예산 영화를 하는데 절대 망설이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저예산 영화건 큰 영화건 신경 쓰지 않는다.(장)

--한국 영화에 출연하다보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중국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아직 그곳에서는 개봉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한국적인 깊은 내면의 정서도 있겠지만 '숨'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없었다.(장)

--지아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외계인 같았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람,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면서는 연기 잘하는 연기파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아는 어떤 연기를 해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떨리게 하는 힘이 있는 배우다.(장)

--칸에서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극장에서 영화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박수를 쳐주는데 마음 속에서 마침표가 하나 찍어지더라. 나뿐 아니라 출연배우, 스태프 모두 추운 겨울에 같이 고생했다.

스태프들 생각이 많이 났고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결과로 출품이 됐고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아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지)

--장전과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겸손하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순수한 것 같다.

식사를 제공하는 일명 '밥차'가 촬영장에 못 들어온 적이 있어 모두 도시락과 햄버거를 먹었다.

아무 불평 없이 먹더라. 사람 됨됨이가 된 배우라고 생각했다.(강)

(칸<프랑스>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