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는 언제 봐도 훈훈하다.

소설 '가시고기'처럼 자식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아버지의 분투는 수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 이후 실직했거나 '펭귄' 신세로 전락한 가장들이 실추된 부권을 회복하는 과정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가슴 찡한 부성애를 담은 한국영화가 대거 쏟아진다.

'우아한 세계'(4월5일 개봉)와 '눈부신 날에'(4월19일)가 내달 개봉되는 것을 비롯해 '아들''날아라 허동구''성난 펭귄' 등이 상반기 중에 잇달아 선보인다.

하반기에도 '마이 파더'와 '귀휴' 등이 가세할 전망이다.

이 중 '마이 파더'는 홍콩마켓에서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사전판매돼 더욱 관심을 끈다.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는 성실한 가장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조직폭력배의 아픔을 그려낸 작품이고 '눈부신 날에'는 양아치 같은 인생을 살던 아버지(박신양)가 갑자기 나타난 딸 덕분에 변화하는 내용이다.

'아들'은 무기수 아버지(차승원)가 15년 만에 하루 동안 휴가를 얻어 사춘기 아들과 상봉하는 이야기.

'날아라 허동구'는 정신지체아와 아버지의 따뜻한 애정을 담아내고 '성난 펭귄'은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강도에 나서는 아버지(이문식)를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김영철)와 입양된 아들의 눈물 어린 상봉기를 다룬 것. '귀휴'는 희귀병에 걸린 친구 딸에게 간을 이식해 주려고 고향에 간 무기수 태주와 옛친구의 사연을 담았다.

이들 가족영화의 제작비는 평균 50억원 정도다.

보통 60억원 안팎의 액션영화들보다 적다.

그러나 관객의 스펙트럼은 남녀관계를 담은 멜로영화보다 더 넓다.

멜로영화의 경우 흥행 최대치가 300만명 선인 데 비해 모성애를 간접적으로 다룬 '집으로'는 400만명,'말아톤'은 500만명을 각각 넘었다.

'성난 펭귄'을 제작하고 있는 노종윤 노비스 대표는 "부성애를 담은 휴먼드라마는 가족 관객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들 영화는 액션물에 비해 '대박' 가능성은 낮지만 안정성은 높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