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새봄 전시장이 거장전과 신진작가전으로 양분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장들의 전시가 공공미술관과 대형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줄줄이 기획되고 있는 동시에 유망한 젊은 화가들을 발탁하는 젊은 작가 기획전도 부쩍 활발해졌다. ◇거장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달 30일까지 계속되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74)의 전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전시다. 생존 작가 중 작품값이 비싸기로 1.2위를 다투는 리히터의 작품이 판화나 에디션이 아닌 유화로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근작까지 30점이나 걸리기는 힘들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작품가격의 총액이 700억원에 달할 정도. 같이 열리는 역시 독일 출신 거장 A.R. 펭크의 유화도 귀한 작품들이다. 덕수궁미술관의 소정(小亭) 변관식 전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나다'(5월7일까지)도 놓치면 아쉬울 전시다. 부산의 영도교 같은 근대도시풍경, 농촌 풍경등 이채로운 소재 뿐 아니라 소정의 특기인 금강산 그림이 개인소장가나 사립미술관의 울타리를 벗어나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8일부터 내달 2일까지 마련된 82세 천경자 화백의 전시는 작가 생전에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전시다. 1950-1960년대에 그린 미공개 작품과 1970-1990년대 대표작 30여점, 수채화, 펜화, 연필화 180점 등 규모도 규모지만 시장에서 시시각각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노화백의 작품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71세지만 50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스위스 출신 작가 알폰소 휘피는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4월9일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아시아와 동구를 돌아다니며 겪은 문화적 경험을 사진으로 찍고 프린트해 대형 블라인드로 만들었다. 액션 페인팅 거장 잭슨 폴록과 사실상 동시기에 활동하던 미국 초현실주의 작가조안 미첼(1925-1992)의 전시는 간만에 보는 추상회화라는 점에서 새롭다. 마구 휘두른 듯한 색채의 향연은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에 지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4월4일까지. 팔순의 프랑스 부부 조각가 라란느 전도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20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나이를 잊은 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노부부의 창작혼이 돋보인다. 영어단어 'LOVE', 'ART' 등을 조형물로 만드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전시와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사의 명품 의자를 내놓는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전은 11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관에서 동시에 개막된다. ◇신진작가전 지난해부터 신진작가 기획전, 공모전 등을 계속해왔던 화랑, 미술관들 가운데 새해 첫 전시로 신진작가전을 열고 있는 곳들이 많다. 삼성 미술관 리움의 2006아트스펙트럼전에는 작가가 16명이나 되고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사진 등 현대미술의 신조류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박상현, 박윤영, 지니서, 송상희, 손정은, 이준, 장재호, 이형구, 임자혁, 전경,정소연, 정정주, 천경우, 최승훈, 박선민 등 젊은 작가들이 미술관 구석구석에 볼거리를 마련했다. 5월14일까지. 젊은 작가 기획전을 활발하게 열고 있는 서초동 세오갤러리에서는 올해 첫 영아티스트 전으로 변재언 전을 마련했다. 1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 변재언은 벽면 전체와 전시장 바닥에 스테인리스 스틸에 전자회로도를 붙이고, 홀로그램을 이용해 그린 회화, 조각,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가나아트갤러리가 지난해 처음 선정한 신진작가 공모전 대상자 안세권과 입상자 정직성, 이지은씨의 전시는 13일까지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도심 재개발 지역과 청계천을 따뜻한 시선으로 찍은 안세권, 주택가를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해 담백한 유화로 그린 정직성, 다양한 색깔의 판을 쌓아올려 음각하는 장식적인 작품을 만드는 이지은의 전시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올해 신진작가 공모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술계에서 보기드문 전속작가제를 도입해 젊은 작가 10명을 선정, 한달에 약 300만원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는 전속작가 중 맨 처음으로 권오상의 조각전을 열고 있다. 인물 사진을 조형물로 만들고 명품 보석 사진을 조각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온 권오상이 브론즈에 도전해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평창동 키미아트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가인 문성식의 국내 첫 개인전을 16일까지 열고 있고,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독일 베타니엔 스튜디오에서 돌아온 설치조각가 김신일씨가 12일까지 귀국보고전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