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이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며칠 후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감독과 만났다.


'재기발랄한'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다니는 장진(34) 감독이다.


그는 8월 4일 개봉하는 '웰컴 투 동막골'(제작 필름있수다)을 제작했고, 한주 뒤인 8월 11일 개봉하는 '박수칠 때 떠나라'(제작 어나더썬데이)를 연출했다.


설마 그가 이런 '황당한' 상황을 의도했을 리는 없고, 각기 서로 다른 투자ㆍ배급사의 작품인 까닭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8월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무척 더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이다.


8월은 무척 더울 것이다.


그의 타들어가는 속만큼, 극장가도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윈윈하면 되는 것 아닌가.


▲8월 극장가 '장진 표 아이디어'가 수 놓는다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는 또한 각기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작품 모두 바로 장 감독이 원작자다.


두 작품을 쓰고, 직접 연출해 연극무대에 올렸던 장 감독은 둘의 영화화를 기획하며 이중 '웰컴 투 동막골'의 연출은 신인 박광현 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 프로듀서 겸 제작자로 한발 물러섰다.


장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의 개봉이 두달 정도 늦어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누구는 장진이 8월 한달을 다 말아먹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미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강원도 두메산골 마을 동막골에 모인 한국군, 북한군, 연합군이 펼지는 휴먼 드라마를 그렸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살인사건 수사과정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야기다.


전자는 19일 시사회 후 호평을 얻고 있고, 후자는 주인공 차승원의 매력이 한껏 살아난 반전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뿌듯하기 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는 두 작품을 마무리 한 소감에 대해 "뿌듯하기 보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둘다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며 웃었다.


'웰컴 투 동막골'은 80억원 규모의 대작이다.


장 감독이 이끌고, '재기발랄한 창작집단'으로 표현되는 제작사 필름있수다(이하 수다)가 제작하기에는 상당히 몸집이 큰 영화.

그는 "수다는 젊은애들끼리 하나씩 해나가는 집단인데 80억짜리 영화는 너무 크다.


이거 제작하느라 허리가 휘었다"고 말했다.


제작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한 것.

반면 '아는 여자' 이후 다시 메가폰을 잡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독특한 미스터리 수사극이라는 점에서 연출자로서 무척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연출작 앞에서 더 바짝바짝 침이 마를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 몇편 안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난 만족스럽게 찍었고, 마지막 반전 장면에서도 짜릿함을 느꼈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기분 좋은 소리는 미리 들었다.


투자자인 강우석 감독이 "네가 지금껏 만든 것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한 것. 스스로도 "분명히 이런 영화도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혹시 컬트로 흐를까봐 중간중간 많이 자제하기도 했다"면서 영화의 상업성과의 접점을 많이 고려했음을 내비쳤다.


▲1인 3역, 그 중에서는 역시 작가가 최고


1인 3역을 하는 그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오랫동안 하고 싶은 것은 작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1년에 10편 쓰면 1편이나 살아남을까 할 정도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걸고 싶은 타이틀은 작가다."


반면 감독 역할에 대해서는 의외로 욕심을 덜어냈다.


"감독은 언제나 욕구불만에서 시작된다.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이 차오르면 직접 만들게 되는데 그런 갈증이 식으면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감독으로서의 떨림이 가장 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먼 미래를 생각하면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감독이라는 직업은 정말 불안한 직업이다.


감독은 1%를 제외하고는 시장의 흐름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하기는 어렵다."


제작자로서는 "꼭 회사를 경영한다는 의미 보다는 내가 하고자 하는 영화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주는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저 영화로 번 돈 영화로 다시 쓰길 바래


그는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로 그동안 진 빚을 털어내는 게 목표다.


"꼭 현찰이 아니어도 제작사가 4-5억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다.


그것을 이번에 털어낼 수 있다면 고맙다.


앞으로도 그저 영화에서 번 돈을 영화에 다시 쓸 수 있는 그런 순환구조만 이어지면 더 바랄게 없다."


혹시 또다른 역할을 꿈꾸지 않냐고 물었다.


"나이 마흔 정도에 작은 연극 극장을 갖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이다.


어느 순간에는 진득히 연극만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