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가 모처럼 되살아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되찾을 수도 있을 듯한 기세다. 그 일등 공신은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극본 이정선,연출 이대영)과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연출 김윤철)이다. 두 드라마는 방송 시간대에서 경쟁작을 물리친 것은 물론, 전체 드라마 순위에서도 사이좋게 1,2위를 다투고 있다. 먼저 지난 2월부터 방송된 '굳세어라 금순아'는 KBS 1TV 일일드라마 '어여쁜 당신'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써 '드라마 왕국' 탈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금쪽같은 내 새끼' 등 KBS 일일드라마에 고전했던 MBC는 '굳세어라 금순아'가 평일 저녁 안방극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굳세어라 금순아'는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체 드라마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첫 방송된 '내 이름은 김삼순'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방송 3회만에 시청률 30%에 육박하면서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역시 KBS 2TV '해신'에 밀려 오랫동안 고전했던 수목드라마 시간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어서 MBC로서는 더욱 값진 승리이다. 김선아, 현빈 주연의 이 드라마는 지금의 상승세로 볼 때 시청률 40% 돌파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금순'과 '삼순'의 활약과 함께 MBC 최문순 사장 역시 드라마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3순'이 MBC 드라마를 살리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또 MBC 내부에서는 '순'자 돌림의 드라마가 연이어 성공하자, "준비 중인 작품들도 '순'자가 들어간 7자 제목을 지어야한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 한편 특별기획드라마 '제5공화국'도 MBC 드라마의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시청률은 15% 안팎이지만, '공화국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로 12.12와 5.18 등 5공 정권의 사건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MBC 게시판에는 'MBC 드라마가 작년 침체기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드디어 MBC드라마가 부활한다'는 글들이 오르며 축제 분위기를 맞고있다. MBC가 희망적인데 비해, KBS는 급전직하 행태를 보이고 있다. 1년 이상 드라마 강자로 군림해왔던 KBS가 갑작스레 흔들리는 형국. 월화드라마 '러브홀릭'과 수목드라마 '부활' 등이 고전하면서 한풀 꺾인 느낌이다. KBS는 월화극의 경우 '미안하다,사랑한다', '오필승,봉순영', '쾌걸 춘향'등으로 이어졌고, 수목극은 '풀하우스', '두번째 프러포즈', '해신'으로 1년 이상 인기를 누려왔다. 주말극도 8개월 가까이 '부모님전상서'로 이 시간대 터줏대감이 돼왔다. SBS도 '패션70s'를 제외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토지', '봄날', '불량주부', '그린로즈' 등 인기작들이 종영했으며, 새로 시작한 '그 여름의 태풍'과 '온리 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 그러나 MBC도 현재의 인기가 '금순'과 '삼순'의 두 어깨에 걸려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왕국'의 부활을 단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여전히 월화드라마 '환생-넥스트', 주말드라마 '사랑찬가', 일일아침드라마 '김약국의 딸들' 등이 10%에 못미치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못된 사랑'의 방송 취소와 '사랑찬가'의 제작 지연으로 '환생-넥스트'와 '떨리는 가슴'을 '땜질용'으로 급하게 제작하기도 했다. 결국 MBC가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성공인지는 지금의 상승세가 계속될지에 달려 있다. 이와 맞물려 '드라마 왕국'의 부활을 노리고 있는 MBC, 한동안 그 왕좌에 올라 있던 KBS, 그리고 신흥 드라마 명가를 꿈꾸는 SBS 3사의 드라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