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비무장지대를 무대로 한 이규형 감독의 군대 영화 `DMZ, 비무장지대'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마루노우치도에이 극장에서 프리미어를 가졌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프리미어를 갖는 것은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이번이 두번째.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도에이가 메이킹 필름을 보고 약 15억 원의 투자를 결정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영화는 여세를 몰아 한국에 앞서 일본 도에이 전용극장에서최초 시사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한일 양국의 언론과 영화 관계자, 일반인 등 약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이날 프리미어에는 일본 야쿠자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며 명성을 쌓아온 일본 중견배우 마쓰다카 히로시와 재일동포 배우 백룡 등 일본 연예계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분위기를 돋웠다. 마쓰다카는 직접 꽃다발을 들고 무대에 올라 이 감독을 격려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약 30여 분간 진행된 무대 인사에서, 주연배우 김정훈 정채경이재은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규형 감독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갖게돼 영광이다. 특히 남북이 인간적으로 하나가 되자는 테마의 영화를, 한국,일본, 조총련계가 함께 모여 감상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실제로 나 자신 1979년 DMZ에서 복무하면서 전쟁 그 이상의 공포를 느꼈다"는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25년을 기다렸다. 그동안은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상 절대로 이러한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책을 쓰면서 기다렸고, 3년에 걸쳐 영화를 완성시켰다. DMZ는 전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전쟁이일어날 것 같은데 안 일어나고 평화로운 것 같으면서도 평화롭지 않은 공간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사랑, 그것이 이 영화의 테마"라고 소개했다. 일본어 자막이 제공된 시사회에서 일본인 관객들은 극의 흐름을 잘 따라갔다. 상영이 끝난 후 상당수의 일본인 여성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군대의 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이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군대의 모습을리얼하게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코미디와 드라마를 5:5로 끌고 갔다. 내무반 에피소드에서는 코믹함을, 전투신에서는 비장함을 강조했다. 시사회 후 진행된 리셉션에서 이 감독은 "외국인들이 내 영화를 보며 울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외국인들이 이 영화의 내용을 공감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마쓰다카는 "이 영화가 일본에서 최초로 시사회를 가졌다는 것이 대단하다. 나역시 많이 울었다. 한국에서 관객이 많이 들면 일본에서도 그러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가 홍보된다. 한국에서 성적이 좋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마쓰다카는 또한 "현재 일본에서는 한류가 강세다. 특히 `겨울연가'의 배용준최지우가 굉장히 인기다. 그러나 TV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는 한류 붐이 약하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 영화가 한국 영화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그 파워를 본받아 양국의 영화가 다 같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어른들은 몰라요' 등으로 1980년대 한국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이규형 감독이 10여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DMZ, 비무장지대'는실제 DMZ 수색대를 병장 제대한 이 감독의 군대 경험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본격 군대 영화.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로 급부상한 연극배우 박건형과 그룹 UN의 김정훈이 주연을 맡고, 정은표 정채경 이재은 등이 출연했다.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개봉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린 이 영화는 그러나도에이의 전격적인 투자 결정에 이어, 개봉을 한달 앞둔 지난달 26일 실제로 DMZ 3중 철책선이 뚫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6일 청어람의 배급망을 통해 공개되며, 일본에서는 내년 4-5월 께 개봉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