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초여름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더위 점령'에 나섰다. 올 여름 선보이는 공포영화는 어림잡아 10편을 훨씬 넘는 듯하다. 최근 개봉한'디 아이2'에서부터 11일 관객들을 만나는 '페이스', 8월중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의 공동 프로젝트 '쓰리-몬스터'까지 국내외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관객들의 머리카락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유난히 많은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장화, 홍련' '여고괴담-여우계단' '주온2'의 성공이 특히 빛났기 때문. 복안(페이스), 인형(인형사),베트남 전쟁(알포인트), 물(령), 주문(분신사바), 휴대전화 메시지(착신아리), 태아(디아이2) 등 다양한 무기를 갖춘 공포영화들이 속속 개봉한다. ▲국내 신인 감독 데뷔작 줄줄이 개봉 = 공포영화는 신인 감독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르로 손꼽힌다. 카메라와 조명의 자유로운 사용과 탄탄한 시나리오는 기본.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뽑아내는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올 여름 관객을 만나는 국내 신인 감독들의 공포영화는 모두 네 편. 11일 개봉하는 '페이스'는 시신의 얼굴을 복원하는 '복안(復顔)'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사라진 얼굴을 찾으려는 복안 전문가와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그린 영화로 송윤아와 신현준이 호흡을 맞췄다. '사자성어-바디'와 '이른 여름, 슈퍼맨' 등의 단편영화로 이름을 알린 유상곤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다. 18일 첫 선을 보이는 '령'의 감독은 만나이 29살의 김태경 감독이다. 96년 '진짜 사나이'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처음 몸담은 감독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여대생 지원의 이야기를 물과 어둠의 끈적거림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8월 중순으로 개봉 일정을 잡고 있는 공수창 감독의 '알포인트'는 전쟁터를 무대로 하는 호러물. 제목 알포인트(R포인트)는 베트남 당시 실재했던 '로미오 포인트'의 줄임말이다. 이 지역에서 실종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던 병사들로부터 무전이걸려오고 이 괴무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병사 9명이 현장으로 투입된다. 공수창감독은 '하얀전쟁' '텔미섬딩'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 출신으로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감우성을 첫번째 파트너로 택했다. 7월말 개봉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인 '인형사'의 정용운 감독도공포영화를 데뷔작으로 택했다. 김유미, 임은경 주연의 이 영화는 인형제작자(인형사)가 실제 사람을 모델로 구체관절 인형을 만들기 위해 조각가, 여고생, 사진작가,직업모델, 인형 마니아를 외딴 숲속의 작은 미술관으로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비천무'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배창호 감독의 '정' 연출부를 거친 정 감독은 '기억의 저편' '나우-그 끝없는 유혹' 등의 단편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중견감독의 공포영화 두 편 = '가위' '폰'으로 한국적 공포영화의 가능성을연 바 있는 안병기 감독은 '분신사바'로 다음달 말 관객들을 만난다.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등이 출연하는 '분신사바'는 왕따 당하던 여고생들이부른 '분신사바' 주문이 현실이 되며 엄청난 저주를 몰고온다는 내용. '분신사바'는여고생들이 연필을 쥐고 귀신을 불러내는 주술을 말한다. 영화는 일본에 300만 달러(약 36억원)에 판매되는 등 국내 개봉 이전에 이미 제작비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편 지난달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옴니버스 '쓰리-몬스터'를 8월 중순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홍콩의 프루트 챈감독과 함께 메가폰을 잡은 박 감독은 괴한의 침입으로 인생을 뒤흔들만한 상황에직면한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이케 다카시 영화 국내 첫 상영 = '쓰리…'에 참여하기도 한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착신아리'도 그의 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7월 9일 개봉할 예정이다. 미이케 감독은 '오디션' '표류가' 등이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감독. 영화 속 공포의 매개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퍼져나가는 죽음의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갓센드'와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독특한스릴러 '데스티네이션2'가 각각 7월초와 6월 11일부터 상영되며 홍콩 배우 수치(舒淇) 주연의 공포영화 '디아이2'도 지난달 말부터 상영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