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가학성을 소재로 한 개그가 연출돼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문제의 코너는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 `봉숭아학당'. 세바스찬 역으로나오는 개그맨 임혁필이 `놀아달라'고 애원하는 과정에서 동료 개그맨들로부터 잇따라 박으로 두들겨 맞았다. 박준형 등 출연 개그맨들은 다가오는 임혁필의 머리를 박으로 힘차게 내리쳤고그때마다 박은 산산히 부서지며 바닥에 흩어졌다. 모두 네 차례를 얻어맞은 임혁필은 역할을 마친 뒤 의자에 뒤돌아 앉아 코너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인채 얼굴과 머리를 매만졌다. 넘어지고 엎어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게 개그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날 장면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난타 당한 개그맨이 고통스러워 하는모습이 역력한 데도 녹화를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데다 그 장면을 여과없이내보낸 것. 방송이 나간 뒤 이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는 임혁필을 걱정하고 제작진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줄줄이 올랐다. 김경희씨는 "세바스찬이 박으로 맞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무척 안타까웠다"고 올렸고, 박경희씨는 "박을 네 개나 연달아 맞아 안 아플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학적 장면을 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윤홍씨는 "조용히 돌아 앉아서 (방송이) 끝날 때까지 정면을 보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면서 "그건 개그가 아니라 폭력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박한빛씨는 "박준형이 옆에서 괜찮으냐고 하는 걸 봤는데 진정으로 걱정한거라면 녹화를 중단해서라도 응급조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