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불황’을 ‘호황’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다수 기업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인 극심한 불황기에 목돈이 들어가는 대형 공연물을 잇달아 올리고 있는 문영주 롸이즈온 대표(40)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현재 공연 중인 에 이어 11월 중순부터 대형 뮤지컬 를 올리면 올 연말까지 4개 작품을 한꺼번에 공연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내년 8월부터 공연할 디즈니의 초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 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작품에는 총 100억원이 투입된다. 또 3~4년 뒤를 내다보며 뮤지컬 등 순수 창작물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유하면 남들은 10km 속도로 뛰는데, 롸이즈온은 100km의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남들은 불황에 옷깃을 여미며 녹이 슬 정도로 금고문을 꼭꼭 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격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는 “올해 올렸던 공연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롸이즈온의 공연사업 브랜드 ‘제미로’가 올해 올린 공연은 대부분 흥행했다. 올해 초 20억원을 투자한 는 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어 등을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는 “올해 수익률이 대략 30% 이상 될 것”이라는 자랑이다. 이러다 보니 불황이 깊다한들 굳이 예정된 공연을 미룰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공연작을 연초 계획보다 3개나 늘리는 등 ‘나홀로’ 전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문사장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공연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업계에서는 철저하게 공연을 ‘예술이 아니라 문화상품’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제미로’ ‘제투’ 등의 멀티브랜드를 도입한 것이나 설문조사 등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작품을 선택하는 것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공연하기 싫다”거나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면 계속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문사장의 요즘 관심사는 창작뮤지컬 제작이다. “궁극적으로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3년 뒤면 창작물이 인기를 끄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린다. 예컨대 지난 10월 미국 브로드웨이 현지 버지니아극장에서 에 공동제작자로 참가한 것은 “직접 투자하면서 배운다”는 평소 생각을 실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창작뮤지컬을 제작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는 것이 그의 포부다. 롸이즈온 제미로는 올해 내놓은 8편의 매출규모가 약 18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대권을 제외한 유료관객수만 28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간 뮤지컬 유료관객수를 40만~50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연간 뮤지컬 관객의 과반수를 끌어들인 셈이다. “아직은 초보단계다. 5년 뒤를 주목해 달라. 세계 공연계에 의미 있는 작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당찬 꿈이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