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도발적인 주제로 숱한 논란을 일으켜온 작가이다. 1988년 그가 학생신분으로 공장을 빌려 선보인 「프리즈(Freeze)」라는 제목의전시로부터 영국의 현대미술이 시작된다. 28일부터 내년 1월31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British Contemporary-The New Art History」에는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젊은 작가 10명의작품 30여점이 소개된다. 모두 아라리오 갤러리 소장품들이다. 허스트의 작품 'Hymn'은 의학용 인체 모델을 높이 6m의 대형 사이즈로 변형시킨 작품. 'Jesus'는 플라스틱으로 인체의 뼈대를 만들고 전구와 전기 장비들을 사용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나타내며 '바니타스(삶의 허상성)'라는 전통적인 주제를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마크 퀸(Marc Quinn)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모은 것을 굳혀 인간의 머리를만들었다. 인간의 몸에 흐르는 총 혈액양과 동일한 약 4ℓ로 제작된 'Self'를 통해작가는 몸의 순간적 현존과 그것이 지닌 미를 포착한다. 'Self'는 1991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번 작품은 세번째이다. 냉동 장비에 의해서만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1996년 제작된 두번째 'Self'는 영국의 콜렉터 사치의 관리 부주의로 녹아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실리콘을 씌워 냉동 장비가 꺼지더라도 상당기간 보존이 가능하게했다. 샘 테일러-우드(Sam Taylor-Wood)의 'Soliloquy Ⅷ'는 눈을 가린 남성 이미지아래로 나체의 인물들이 밀폐된 공간속에 모여있는 모습을 촬영한 작품. 눈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 인간의 숨겨진 욕구를 의미한다. 나체의 남자가 혼자서 슬픈 음악에 맞춰 느릿느릿 춤을 추는 비디오 설치 'Brontosaurus'는 우리가 혼자있을 때 해봤을법한 행위를 작품으로 만들어 현대인의 감추어진 모습과 욕망을 드러낸다. 1970년대부터 이미 획기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길버트 앤 조지(Gilbert&George)는 매춘, 동성애 등 비주류 문화를 시각화시켜 현대적 도시 풍경화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Twelve'는 잡지에 실린 동성애 광고와 함께 동성애자인 자신들의 사진을 넣어 동성매춘이라는 문제를 부각시킨다.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Brothers)의 'Untitlable'은 독일 나치의 인간살상을 주제로, 절단된 신체들과 기이하게 변형되어 환생한살인귀들의 모습을 작은 인형 사이즈로 제작한 작품이다.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 아무 거리낌없이 상업화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041)551-5100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