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11-12일 주말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충무로에서는 17일 개봉하는 '황산벌'이나 다음달 2일 관객을 찾는 기대작 '매트릭스3…'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올 최고 흥행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관객 수 = 제작사 영화사봄에 따르면 11-12일 서울에서 불러들인 관객수는 16만2천134명.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한 개봉 첫 주말 20만8천 명 보다는 4만6천여 명 가량 줄었지만 비교적 낮은 관객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스크린수도 전주보다 10개 가량 늘어난 280개 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지난 2일 개봉한 이후 11일 동안 동원한 전국 관객이 219만 4천529명. 개봉 열흘간 2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매트릭스2-리로디드'에는 못 미치지만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올해 최고 흥행작인 '살인의 추억'의 138만4천 명보다 약 81만 명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206만보다 13만 명 가량이 각각 앞서는 수치다. ◇흥행의 의미 = '스캔들'의 흥행 성공은 소재와 장르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영화계에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사극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2000년 개봉해 서울관객 72만 명을 동원한 '비천무' 정도다. '스캔들'은 코미디 영화가 제작의 주류를 이루는 극장가에 '살인의 추억', '장화,홍련'과 함께 흥행에 성공한 비코미디 영화의 흐름에 가세하게됐다. 게다가 순제작비 50억원의 '스캔들'은 제작비를 많이 들인 영화는 안된다는 선입관도 뒤집고 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전국 관객 기준으로 240만 명. 제작사는 다음주중 '본전'을 뽑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흥행 요인 ▲재치있는 시나리오 = '스캔들'의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김현정, 김대호 작가, 이재용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현실적인 대사들은 '사극은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해 보인다. "없던 길 낸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아팠겠소", "당신이 날 사랑한 순간, 내 사랑이 변하더이다", "아니, 이것이 왜 이리도 커졌답니까" 등 성과 사랑에 대한 대사들은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묻어 있으면서도 감탄을 터뜨리게 할만큼 사실적이다. ▲비주얼의 완성도 = 전작들에서 화면과 배경의 색과 인물들의 심리를 조화시키는 데 특출난 재능을 보여준 감독은 미술비로 순제작비의 40%에 해당하는 20억원을 투입했다. 신발이나 한복, 가구 등의 색깔이나 문양 등에서 각 분야 장인들의 고증을 거치면서도 인물의 성격에 맞게 변형을 줬다. 다섯 가지 색만 쓰이는 조선시대 한복과 달리 캐릭터별로 보라색이나 붉은색, 무채색으로 한복의 색을 맞춘 점은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부분. 하지만 제작에서는 손 염색이나 손 바느질을 고집했으며 소매가 좁고 허리가 짧은 식의 맵시는 과거에 최대한 근접시켰다. 이밖에 조원의 갓이나 허리띠, 벼루, 부채, 비녀, 양반과 기방의 반상 등 소품에서도 당시의 정확한 재현에 욕심을 부렸다. 안동의 옥연정사, 태안반도, 담양의 소쇄원, 진도의 운림산방 등 과거의 정취가 살아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도 화면에 대해 심혈을 기울인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 ▲'퓨전이 아닌 충돌' = 이재용 감독이 제일 싫어한다는 말은 바로 퓨전. 감독은 서양의 느낌에 동양적 요소가 가미된 기존의 '퓨전'과 달리 두 요소의 '충돌'을 노렸다. 영화의 포스터에서 이미숙이 염색한 가체를 올렸다던가 뮤직비디오의 배경음악으로 펑크한 댄스곡 'Kinda Kinky'(어슬라1000)을 사용해 두 요소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담당한 음악은 전형적인 바로크 풍의 음악부터 스트링 앙상블, 쳄발로 등 서양 악기와 대금 등의 국악을 접목시킨 곡까지 유쾌한 파격을 주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 = '스캔들'의 성공에는 배용준과 전도연, 이미숙 등 톱스타들의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가 단단히 한몫했다. 데뷔 10년째의 배용준은 현대적 이미지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튼튼한 연기로 스크린 신고식을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이미숙과 전도연도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무게감 있게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