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코미디 '조폭마누라'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배출했다. '형님'으로 불리는 주인공 차은진은 가부장제가 뿌리내린 사회에서 '거세'를 상징하는 가위를 들고 스스로 가장 노릇을 하며 남성들을 지배했다. 속편인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감독 정흥순)은 차은진(신은경)의 남성 혹은 중성적인 면모뿐 아니라 내면의 여성성을 들춰낸다. 기억 상실로 중국집 배달원 '슈슈'가 된 은진은 주변 남성들로부터 성희롱이나 구애의 표적이 된다. 특히 몸담고 있는 중국집 주방장(박준규) 및 그의 딸(류현경)과의 유사 가족관계에서 슈슈의 역할은 안주인 노릇에 가깝다. 중국집 매상을 늘리고 딸과의 갈등을 풀어내려는 새어머니와 비슷하다. 슈슈는 은진의 여성성을 상징하고 슈슈의 행동은 가족애를 부각시킨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개발 이익을 얻으려는 폭력조직의 협박을 받는 이웃 주민들과 슈슈가 유대를 형성하는 상황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구조 때문에 속편은 전편에 비해 잔인한 폭력장면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서 기억을 되찾으려는 슈슈의 시도는 조폭 보스로서 남성 사회로의 복권을 의미한다. 기억 회복을 위한 슈슈의 노력은 만화와 같다. 살만 남은 우산을 든 채 번개를 기다리고 쇠꼬챙이를 콘센트에 꽂아 감전을 시도한다. 뱀을 산 채로 끓여 먹기도 한다. '가문의 영광'을 연출했던 정흥순 감독은 속편이 천박해지지 않도록 상황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지닌 음악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도입부인 옥상 난투극 장면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우아한 선율을 접목한 게 한 예다. 거친 욕설도 순화시켰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전편의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뒤집기'를 통한 '대리만족'이 약화됐으며 은진과 주방장의 어정쩡한 동거도 전편에서 어리숙한 남편 수일(박상면)과의 신혼생활보다 재미가 덜하다. 다만 전편의 과도한 폭력과 욕설에서 불쾌함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굳었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9월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