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향기'가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을까.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20부작 '여름향기'(극본 최호연 연출 윤석호)가 녹색가득한 수채화같은 화면으로 7일부터 안방극장을 찾는다. 윤석호 감독은 푸른 숲의 수목원과 가지런히 정열된 녹차밭, 허브 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그 특유의 '아름다운 화면'에 대한 애착을 다시한번 보여준다는 심정인 것같다. 덕유산, 부안 채석강, 부안댐, 내소사, 변산반도, 고창 선운사 등 전라도 일대내로라할 만한 명승지는 거의 다 찾아다녔다고 윤 감독은 말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 자연을 느림의 미학으로 촬영해 한여름밤 무더위에 시달리는안방극장에 휴식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푸르름과 느릿함을 배경으로 민우와 혜원이 '옷깃이 스칠 때 가슴이 두근거리는' 운명과 같은 사랑을 나눈다. 민우는 첫사랑을 사고로 잃은 뒤 3년이 지난 어느날 전혀 다른 낯선 여자에게서 옛사랑을 느끼고 두려움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가슴 아파한다. 민우의 옛사랑이 죽으면서 기증한 심장으로 새 생명을 얻은 플로리스트 혜원은민우와 우연히 옷깃이 스치는 순간 자신의 심장이 박동치는 소리를 듣는다. 혜원은결혼 직전에 있던 정재와의 사랑과 민우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민우-혜원-정재로 이뤄지는 삼각관계에 송승헌-손예진-류진이 캐스팅돼 서로 다른 색깔의 애틋함을 연기한다. '운명같은' 설정을 부각한 데서 비롯된 것일까. '여름향기'의 로맨스는 판타스틱하다. 민우와 혜원이 공항에서 처음 옷깃을 스치며 인연을 감지하고, 각자 산행에나섰는데 혜원이 길을 잃고 헤매는 그곳에 민우가 홀연히 나타나 구해준다. 촬영이 시작된 지 한달 정도 지난 지금 손예진은 "저는 원래 운명적 사랑이라는걸 믿지 않았어요.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느낌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마 '여름향기' 끝날 때쯤이면 그런 느낌 알게 될 것 같아요"라면서 웃었다. '잘 나가는' 영화배우인 손예진은 촬영하는 걸 보면 '여름향기'가 드라마같지않고 영화같다면서 "윤 감독님은 한 장 찍으러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분이세요"라며 웃음섞인 푸념을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