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펀치 드렁크 러브'의 연출화두는 변화다.


앤더슨 감독의 작풍과 주인공 애덤 샌들러의 연기패턴이 바뀌었다.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에서도 일탈을 시도한다.


이런 노력에 부응해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과 함께 이 영화의 앤더슨 감독에게 감독상을 수여했다.


'부기나이트''매그놀리아' 등에서 사랑을 모르는 미국인들의 불행을 풍자했던 앤더슨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으로 구원받는 남자를 그려냈다.


드라마에서 코미디로 장르를 틀었고 극의 정서도 한결 밝아졌다.


'사랑에 한방 맞아 아찔해진(펀치 드렁크 러브의 뜻)' 주인공 배리 이건역의 애덤 샌들러는 격분하거나 비탄에 빠지거나 때로는 필사적이다.


또 한편으론 감정의 극단까지 나아가 유리창과 화장실 변기를 부수거나 전화선을 끊고 쇠몽둥이를 휘두른다.


배리는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구태여 감추지 않는다.


적대감은 (변기를 깨고도 발뺌하는) 거짓말로도 나타난다.


오로지 연인 레나(에밀리 왓슨) 앞에서만 진실해진다.


'웨딩싱어''미스터 디즈''빅대디' 등에서 '숨막힐 듯이' 완벽한 남성을 연기했던 샌들러의 이미지와는 판이하다.


배리는 세련된 매너와 재치있는 유머로 적개심을 포장하는 로맨틱코미디의 남성주인공들과도 사뭇 다르다.


캐릭터의 역동성은 로맨틱코미디이면서도 결말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영화는 그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일곱 누나들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자기방어라고 변호한다.


누나들의 간섭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다.


배리의 고독과 진심은 레나만이 헤아린다.


레나는 배리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말하자면 사랑의 동기부여가 확실한 로맨틱코미디다.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들은 으레 의무감처럼 서로 가까워져 왔다.


해리 닐슨의 감미로운 주제곡 '히 니즈 미'(그는 날 필요로 해)는 주제를 강화한다.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는 사랑어법도 독특하다.


"당신 얼굴은 쇠망치로 묵사발을 만들고 싶을 만큼 예뻐." "당신 눈알은 빨아먹고 싶을 정도야."


엽기적인 대사는 사랑의 감정도 그만큼 엽기적이라는 뜻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린 감정이기에 평범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다.


배리는 사랑에 빠진 뒤 자신이 세제용품회사의 CEO라는 직책을 잊은 듯이 행동한다.


사랑은 그에게 '신비한 대상'이거나 '굉장한 발견'이다.


상징적으로 처리된 도입부를 상기해 보자.


자동차 전복사고 후 그 자리에 오르간이 남겨지자 배리는 처음에는 (두려움으로)달아났다가 한참 지난 뒤 돌아와 오르간을 가져간다.


그리고(장차 연인이 될) 레나가 잠시후 출현한다.


사랑은 이처럼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르간같은 것이라는 함의다.


또 배리가 푸딩을 구입해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이른바 '푸딩마일리지'에 관한 에피소드가 연거푸 등장한다.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지만 배리는 푸딩마일리지를 발견해 활용하는 것이다.


사랑도 이처럼 평범한 대상에서 발견해내야 하는 무엇이라고 암시한다.


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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