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막을 올리는 전주국제영화제(4.25-5.4)의개막작과 폐막작은 이 영화제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놓쳐서는 안될 영화들이다. ▲개막작- '여섯 개의 시선' '여섯 개의 시선'은 인권을 주제로 박광수, 박찬욱, 여동균, 박진표, 임순례,정재은 등 한국 영화를 이끌어 갈 6명의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듯 개막작 `여섯 개의 시선'은 예술성을 인정받는 6인의감독이 일그러진 사회구조를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로 담아낸 영화라는 점에서 그 궤를 함께 한다. `여섯 개의 시선'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차별, 즉 장애인과 범죄자, 아동,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접근 소재는 평범하지만 스크린에 반사된 사회고발의식은 풍자적이면서 날카롭다. 정재은 감독은 성범죄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 남자의 事情'을 통해 보장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범죄자에 대한 인권을 말한다. 임순례 감독은 `그녀의 무게'에서 취업을 앞둔 여고생을 통해 미모 중심으로 이뤄지는 취업실태를 고발하며, 여균동 감독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겪는 13가지의 에피소드를 `대륙횡단'으로 풀어 낸다. '얼굴 값'은 장례식장 주차장 여성 매표원과 운전자 사이의 사소한 시비, 너무흔해서 문제랄 것도 없는 하찮은 사건으로 외모에 대한 편견이 가져올 수 있는 파국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박광수 감독의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에서 네팔 출신의 노동자 찬드라가 행려병자로 취급당하고 수년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웃지 못할 실화를 극화했으며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는 강남 부유층에서 번지고 있는 영어 열풍을통해 아동의 인권침해에 접근한다. '여섯 개의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했다. ▲폐막작-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파 프롬 헤븐'은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드라마다. 그 속에서 동성애 문제를 유머스러운 코드로 위선적인 부루주아 사회에서 은폐되었던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벨벳 골드마인'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했으며 여주인공 줄리안 무어는 지난해 제 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내용은 50년대 할리우드 멜로 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성을 담고 있어 재밌고, 쉽지만 형식 면에서는 모방의 단계를 뛰어넘어 장르의 부분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구성원리를 재해석하는 패스티쉬 영화의 면모를 보인다. 느리면서도 우아한 카메라워킹과 지금은 촌스럽게 느껴지는 테크닉 칼라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난 뒤 5월 9일 국내 개봉된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