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입ㆍ제작사 화인커뮤니케이션과 서울아트시네마, 부산시네마테크는 타이완 뉴웨이브의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의 특별전을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같은달 26일부터 부산 해운대의 부산 시네마떼끄에서 각각 개최한다. 80년대 타이완 영화계의 뉴웨이브인 '신랑차오(新浪潮)'를 주도한 허우샤오셴감독은 80년 「귀여운 소녀들」로 데뷔한 뒤 89년 「비정성시」와 93년 「희몽인생」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연거푸 차지해 아시아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삶의 근원적 비애와 동시대인에 대한 애정을 지그시 사물을 지켜보는 듯한 카메라워크와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미장센 등으로 표현해내 동양적 영화미학의 한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샤오셴이 거장으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영화가 동시대 사람들과 사회의 고민을 끊임없이 탐구한다는 점. 그는 영화를 "세상에 대한 예의"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비정성시」, 「희몽인생」, 「호남호녀」 등 '대만 현대사 3부작'과 「펑꾸이에서 온 소년」, 「동동의 여름방학」, 「동년왕사」, 「연연풍진」으로 이어지는 성장 4부작 등 11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으며 5월초 한국관객들을찾는 최근작 「밀레니엄 맘보」가 특별상영된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이번 특별전에 맞춰 방한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6천 원. 다음은 상영작 목록. ▲샌드위치 맨 = 「광음적 고사」(에드워드 양)와 함께 신랑차오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그가 연출한 「샌드위치 맨」과 「작은 모자」(존 주앙샨), 「사과의 맛」(와렌) 등 세 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영화 포스터를 붙인 판자를 앞뒤에 맨 채 동네를 돌아다니는 '샌드위치 맨' 가족의 빈곤한 생활을 유머와 풍자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펑꾸이에서 온 소년 = 낭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감독을 서방세계에 처음 알린 영화. 고정된 앵글, 딥 포커스 등 그만의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의 출발점이 됐다.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킨 자전적 영화로 가난한 섬 출신 청년들의 무기력하고 슬픈 도시 생활을 그렸다. ▲동동의 여름방학 = 낭트 영화제 두번째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어린 남매가 시골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를 조용하게 가라앉은 카메라로 관찰하며 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삭막한 세계를 그린다. ▲동년왕사 = 50~60년대를 배경으로 중국 본토에서 대만에 이주한 한 가족의 비극적 역사를 그린다. 롱테이크로 유년기의 절망을 전달한다.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작. ▲연연풍진 = 시골출신의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산업사회로 이행해가는 과정의 타이완을 그리고 있다. 낭트영화제 최우수 촬영상 및 편집상 수상작. ▲비정성시 =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봉된 감독의 대표작.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안겨주며 그를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게 한 영화. 한 벙어리 사진사를 중심으로 타이완의 현대사와 그 결과 나타난 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다. 이 영화를 통해 량차오웨이(양조위)라는 걸출한 연기자도 발견됐다. ▲밀레니엄 맘보 = 감독 스스로가 '현대를 위한 삼부작'이라 부르는 밀레니엄프로젝트의 첫번째 영화. 한 신당 한 커트로 촬영됐지만 이전 영화와 달리 카메라는인물들의 동작을 따라 움직인다. 클럽의 '호스티스' 비키와 그녀의 남자친구 하오하오, 사업가 잭 등 현대 타이완 젊은이들의 삶을 10년 후인 2010년의 관점에서 되돌아본다. 이밖에 「나일의 딸」, 「희몽인생」, 「호남호녀」, 「남국재견」, 「해상화」등이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