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유교사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제한되었던 조선시대에 김만덕이라는 여자 거상(巨商)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남성에게 종속됐던 여성의 삶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상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던 김만덕은 굶주린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했던 의녀(義女)이기도 했다. EBS는 오는 21,28일 오후 10시 가난한 선비의 딸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기생 생활을 하다가 조선 최초의 여자 거상이 된 김만덕의 삶을 조명한 논픽션 드라마 "역사극장-의녀(義女) 김만덕"을 방송한다. 김만덕은 영종초였던 1736년 제주도에서 선비의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 풍랑으로 부모님을 잃은 그녀는 먹고살기 위해 기적에 이름을 올리고 오빠인 만재의 뒷바라지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그러던 어느날 순무어사로 제주도에 감찰을 나왔던 이도원과 사랑에 빠지지만 제주여성은 뭍으로 나갈 수 없는 국법 때문에 생이별을 하고 만다. 도원이 주고 간 패물을 팔아 객주집을 차린 만덕은 숱한 남성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상인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객주집을 운영하며 특유의 상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인들과 녹용 장사를 시작하고 점차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덕을 시기한 일부 상인들과 탐관오리의 음모에 빠지는 등 압박과 설움을 당하기도 한다. 기생 요령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만덕은 1794년 제주도에 큰 흉년이 들고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리자 재산을 팔아 곡식을 사들이고 굶어 죽어가던 백성들을 살리는데 발벗고 나선다. 정조는 이런 만덕의 업적을 높이 사 그녀의 평생 소원이던 금강산 유람과 궁궐구경을 시켜주는 상을 내린다. 현재 제주도 모충사에는 김만덕의 묘비와 만덕관이 있으며,매년 제주 여성들의 주관으로 만덕제를 지내기도 한다. 또 덕망있는 일을 행한 제주 여성을 뽑아 만덕상을 수여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