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런, 아널드 슈워제네거, 장클로드반담 등과 함께 액션 전성시대를 열었던 스티븐 시걸이 또다시 돌아왔다. 2001년 「엑시트 운즈」와 「씨커」를 선보일 때까지 1년에 한편 꼴로 꾸준히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92년 「언더씨즈」 이후의 출연작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28일 개봉할 「하프 패스트 데드(Half Past Dead)」는 무술 유단자인 스티븐 시걸의 화려한 액션 솜씨에 「블레이드2」 「미녀 삼총사」 팀의 최첨단 특수효과를 결합한 영화. 「더 록」에서도 등장했던 악명높은 천연요새 알카드라즈 감옥을 무대로 삼았다. FBI 비밀요원인 사샤(스티븐 시걸)는 자동차 전문 국제절도범으로 위장해 킹핀이란 마피아집단에 잠입한다. 조직의 중간보스 닉(자 룰)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고 보스의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한다. 그러나 범죄 현장에서 FBI의 급습을 받아 총상을 입은 채 닉과 함께 알카트라즈 감옥에 갇힌다. 그러던 어느날 교도관들은 2억 달러의 금괴를 훔친 사형수 레스터를 만나게 한다. 레스터가 전기의자에 앉기 직전 마지막 소원으로 사샤의 임사(臨死) 체험을 듣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면회가 끝나고 사형이 막 집행되려는 찰나, 도니 일당이 침투해 순식간에 알카트라즈를 장악하고 레스터에게 금괴의 행방을 다그쳐 묻는다. 이때부터 사샤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된다. 사샤는 관객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홀로 도니 일당을 처치하며 인질과 금괴를 지켜낸다. 검은 두건을 쓴 스티븐 시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헬리콥터가 감옥 지붕에 추락하는 장면과 스티븐 시걸이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며 공중에서 인질을 구하는 대목도 볼 만하다. 그러나 스티븐 시걸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긴장감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스티븐 시걸은 어떠한 강적을 만나도 늘 이겼고 좀처럼 위험한 상황에도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줄거리의 짜임새도 엉성한 편이어서 우연한 사고가 거듭되는데다가 스티븐시걸이 FBI로부터 받은 밀명이 무엇이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 영화로 스티븐 시걸이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근육질 스타들의 독무대였던 액션 영화마저 곱상하고 지성적인 배우들이 점령하고 있는 요즘 「하프 패스트 데드」가 `흘러간 옛 노래'처럼 느껴진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