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영화투자업체들이 투자와 제작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금융권 자본이 영화계에 유입되기 시작한 이후 서로 분리됐던 제작과 투자가 다시 합쳐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99년 설립된 KM컬쳐(대표 박무승)의 경우 '이중간첩''중독''달마야 놀자' '반칙왕' 등 화제작들에 투자만 해 오다가 지난해말 개봉한 코미디 '품행제로'에서는 투자는 물론 제작까지 담당했다. 42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1백70만명을 동원해 50억원(극장측 수입 제외)의 흥행수입에 8억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만약 KM컬쳐가 제작을 겸하지 않고 투자만 했을 경우 흥행순익은 절반인 4억원으로 줄어든다. KM컬쳐는 첫 제작의 성공에 힘입어 이정재·이범수 주연의 영화 '빌리브'에서 다시 투자와 제작을 함께 맡기로 결정했다.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는 '파이란'과 '집으로…'에서 투자와 제작을 겸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영화비평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석훈·예지원 주연의 코미디 '귀여워'(5월개봉 예정)에서도 다시 투자 및 제작을 맡아 작업을 진행중이다. MBC프로덕션(대표 최종수)은 영상펀드를 조성해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등에 투자만 해오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코미디 '도둑맞곤 못살아'에서 제작까지 겸했다. 이 업체는 장기적으로 배급사업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친구'의 투자사 코리아픽쳐스(대표 김동주)도 올들어 투자와 제작을 겸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시나리오 발굴에 들어갔다. 중견 투자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좋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좋은 시나리오는 대부분 메이저 투자사인 시네마서비스나 CJ엔터테인먼트에 낙점되는 경우가 많아 중소 규모의 투자사들은 투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및 제작을 겸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흥행 순익 중 절반에 해당하는 제작자의 몫까지 챙길 수 있다. 또 투자와 제작을 겸할 경우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인 자금집행으로 경비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