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화인은 윤제균 감독(34·두사부필름 대표)이다. 그는 할리우드 화제작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돼 4백10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코미디 '색즉시공' 연출자이자 공동 제작자다. "그저 웃기기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메시지를 담은 코미디라는 게 흥행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사랑이란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코미디로 포장한 거지요." 지난 2001년말 그의 데뷔작 '두사부일체'(3백50만명 동원)도 조폭을 통해 학원 비리를 고발한 내용이다. '색즉시공'에선 두사부필름의 대표로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흥행 순익의 20%(약 15억원)를 나눠받는다. 이처럼 연출과 제작을 겸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영화 모두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 "제작을 겸하면 수익배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데다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공동제작자 자격으로 현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윤 감독은 충무로에서 조감독을 거치지 않고 데뷔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지난 96년초 광고회사 LG애드에 입사해 전략기획팀 등에 근무하다가 2000년 인터넷업체 심마니의 엔터펀드 팀장으로 이직했다. 인터넷 주식시장에서 영화나 뮤지컬 등에 투자해 주식을 교환하는 엔터펀드 사업은 그가 비즈니스모델로 특허 출원한 것이다. "사실 감독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엔터펀드 팀장 시절 제가 쓴 시나리오 '두사부일체'의 감독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히 직접 연출을 맡아보겠다고 한 말이 받아들여졌던 겁니다. 상업영화에 필요한 순발력과 젊은 감각은 광고회사에서 익혔던 상태였죠." 당시 그는 차승원·정선경 주연 '신혼여행'의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지만 연출은 LG애드 시절 광고제작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게 전부였다. 때문에 촬영 때는 카메라나 편집 등의 전문가들과 상의해 진행했다. 윤 감독은 앞으로도 '진실한' 코미디를 찍을 계획이다. 그는 또 "'색즉시공'의 차력과 에어로빅 장면에 대역을 쓰지 않았던 것처럼 배우들을 훈련시켜 관객과 직접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