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거리 모습과 비슷한 경상남도 진해시 여좌동.낮은 담벼락에 파랗게 페인트칠한 대문들을 뒤로 하고 촌스러운 붉은색 재킷에 노란 우산을 든 여자가 낡은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오라이!" 버스 안내양의 외침에 버스가 출발하고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여자는 70년대 의상이 어색한 듯 쑥스러운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MBC 새 주말연속극 '죽도록 사랑해'(3월1일 첫방송) 촬영현장.여주인공 설희 역을 맡은 탤런트 장신영(19)은 양갈래로 땋은 머리와 촌스러운 의상을 입고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죽도록 사랑해'는 혼란과 격변의 시대인 1970년대 한 남자(이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다. 물론 사랑의 대상은 설희다. "84년도에 태어나서 70년대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당시 시대상을 많이 찾아봤죠.'이런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소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중앙대학교 연극과 1학년 휴학중인 장신영은 2001년 미스 춘향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학 1학년의 전형적인 신세대지만 지난해 MBC 단막극 '우리집',현재 방영하고 있는 SBS 일일연속극 '해뜨는 집' 등에서 착한 미혼모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그런 게 연기의 매력이죠.연기가 아니면 언제 미혼모도 되어보고 70년대 고등학생도 되어보겠어요? 게다가 설희는 그동안의 캐릭터와는 달리 당당하고 욕심도 많은 성격이라 다양한 연기연습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다음에는 나이에 맞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또래 친구들과 이쁘게 연애하는 발랄한 대학생역 말이에요." 신세대라 그런지 연애관도 70년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드라마의 주제인 '무조건적인 사랑''일편단심' 같은 건 별로란다. "물론 저만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으면 좋죠.하지만 그 남자가 능력도 있고 재미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