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새해들어 시대 배경을 해방 후로 옮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두한,이정재,시라소니,김영태 등 제1공화국 당시 중심에 서있던 '정치주먹'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것.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허구를 가미한 드라마는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야인시대'가 극적인 반전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히스토리 채널에서 13일 밤 12시에 방송하는 '다시 읽는 역사 호외(號外)-제1공화국과 정치주먹들'은 당시의 정치부 기자,사진기자,혁명재판 판사 등의 증인들을 통해 정치와 공생한 주먹들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이승만 이기붕의 12년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기까지 주먹들은 정치권과 공존했다. 52년 이승만의 재선을 가능케 했던 부산정치파동,54년의 이승만 3선개헌을 위한 사사오입개헌안 국회통과사건,57년 장충단 야당집회 방해사건,60년 4·18고대생 피습사건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에 매번 주먹이 동원됐다. 김두한의 조직이 와해되면서 정치 주먹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이정재였다. 당시 이정재의 정치비서였던 이수학씨는 동대문사단을 이끌었던 이정재가 동대문상인연합회 회장과 전국다방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고향인 이천에서 여당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증언한다. 이기붕 이후의 대권을 염두해 둔 행보였다. 그러나 이정재는 5·16혁명 후 정치주먹 검거령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당시 이정재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혁명재판소 최문기 판사는 "이정재의 사형은 이미 내정된 것이었다"고 말한다. "사형의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죽여야 민심을 얻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4·18고대생 피습사건이 계획적 테러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주먹들은 아주 우발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주례를 보러 지방에 갔다 온 이정재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고 증언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