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막을 올린 제53회 베를린 영화제가 개막 5일째를 맞는 10일 현재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칸,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중 유일하게 대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특성상베를린 영화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뤄졌던 것이 예년의 일반적인 모습.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디터 코스릭 집행위원장은이를 위해 신인 감독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뮤지컬영화 「시카고」(로브 마샬)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결과는 대성공인 듯 하다. 개막식이 열린 6일 오후 주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가 위치한 포츠담 광장에는 레드카펫을 밟는 리처드 기어, 캐서린 제타 존스, 르네 젤위거 등의 출연진들을 보려는 관객 1천여명이 몰려들었고 영화제 초반의 열기는 어느때 못지 않게 뜨거워진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수상작 발표를 폐막 하루 전으로 앞당겨 폐막식 당일에는 수상작들을 영화팬들이 다시 즐길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놓아 이번 베를린 영화제는 어느때보다 관객들에게 가까워져 있을 전망이다. 국제경쟁부문 초청작 22편 중 지금까지 상영된 작품은 모두 아홉편. 이중 가장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는 「디 아워스」(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단연 우세하다.현지 데일리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주는 네개 만점의 별점에서 3~4개를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평론가들로부터 1~2개를 받고 있는 「데이비드 게일의 삶」(감독앨런 파커)에 비하면 월등한 편. 서양인들에게는 여전히 신비스러운 무협을 색감있게 연출한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이나 「존 말코비치 되기」를 연출했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적응」,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두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이야기 「이 세상에서」(감독 마이클 윈터바텀)가 「디 아워스」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황금곰상의 향배를 점치기에는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25번째 시간」이나 일본의 거장요지 야마다 감독의 「황혼의 사무라이」 등 기대작들은 영화제 후반부 관객들을 만난다. 비경쟁작 중에서는 파노라마 부문의 개막작 「청룽과 그의 잃어버린 가족들」과특별상영 리스트에 올라있는「잇츠 올 어바웃 러브」가 관객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한편, 집행위원장직을 맡은지 2년째인 디터 코슬릭은 영화제 개막과 함께 이번영화제의 슬로건이 '관용의 지향(Toward Tolerance)'임을 밝혔다. 지난해 9.11 테러이후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테마를 내세웠던데 이어지는 연장선인 셈. 게다가 최근 최악의 불경기로 독일 영화시장이 얼어 붙은 이후 '독일영화의 부흥'이라는 영화제의 또다른 목표에도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 지 현지 언론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황금곰상의 향배는 양으로도 질로도 비교적 우수하다 평가를 받고있는할리우드 영화 독일 자국 영화, '관용'을 다루는 유럽의 우수작들 사이의 경쟁으로판가름 날 전망이다. 베를린 영화제는 오는 16일 11일간의 대단원을 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