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F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암울한 미래상을 조망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는 자기 취향의 "잃어버린 낙원"의 탐사로 되돌아갔다. 신작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지만 스필버그식의 "동화"풍으로 만들어 졌다. 주인공 소년은 감쪽같은 사기행각으로 환상의 세계에서 살다가 붙들리고 현실의 세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대변신에 마땅히 따라야할 엄청난 고뇌의 흔적이 말끔히 제거돼 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락물로 봐야 옳을것 같다.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에다 톰 행크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슈퍼스타들의 연기호흡도 흥행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캐치미..."은 6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사기꾼 프랭크 애비그네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는 16살부터 5년간 전세계 26개국에서 수백만달러 상당의 위조수표를 사용한 것을 비롯,여객기 부조종사,하버드 수석 졸업의 소아과 전공의,변호사 등을 사칭했으며 체포와 출소후 자신이 개발한 위조 방지 수표 제작기술로 수천만달러를 벌었다. 영화는 그와 가족의 인생을 훑고 있다. 애비그네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버지(크리스토퍼 월켄)의 삶은 한마디로 "허세"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타인의 뇌리에서 잊혀질 것이란 공포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과대포장한다. 어머니의 불륜,양친의 이혼 까지 겹쳐지면서 소년은 절망한다. 이 시점에서 결행된 애비그네일의 가출은 "잃어버린 낙원"과 "팬터지(환상)세계"를 찾는 여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지는 "쥬라기공원"처럼 실존하지 않는 곳이다. 성배를 가져오려던 "인디애나 존스"나 사람으로 변신하고픈 "A.I"(인공지능) 소년처럼 애비그네일은 이룰 수 없는 꿈을 찾아나선 것이다. 때문에 그는 집에서 달아나지만 아버지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수사관 칼 핸러티(톰 행크스)도 소년에게 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존재다. 하지만 애비그네일에게 현실은 관대하면서도 따스하다. 핸러티는 애비그네일의 감시자이지만 구원자이기도 하다. 핸러티는 메마른 현실을 촉촉히 적셔주는 감성적인 존재다. 그는 무료한 일상의 일벌레라는 점에서 팬터지세계를 찾아가는 사기꾼 소년과는 대척점에 있다. 그러면서도 팬터지를 걷어낸 소년의 모습이 바로 핸러티란 점에서 두 인물은 결국 동일하다. 사기꾼 소년이 용서받는 이유는 그가 범죄행각중에도 결코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곤경에 처한 여자들에게 구원의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영화적 배경도 "순수"의 시대인 60년대다. 영화속 패션의 변화도 눈길을 붙든다. 사기행각이 극으로 치달을 수록 소년의 패션은 화려해 지다가 수감후 보조수사요원으로 일할때는 단색의 정장으로 바뀐다. 재미있는 영화지만 소년의 고뇌를 다룬 모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드라마의 울림은 반감된다. 2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