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호를 연상케 하는 초호화유람선 안토니아 그라자호. 매혹적인 여가수의 노래가 선상 파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순간 춤을 추고 있던 승객들의 몸이 예리한 장검에 베인 짚단처럼 잘려나간다. 22일 개봉될 「고스트쉽」(배급 워너브러더스)은 이처럼 충격적인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예인선 북극전사호의 대원들은 한 비행기 조종사로부터 베링해협 부근에 떠다니는 괴선박을 인양해 수입을 나누자는 솔깃한 제의를 받는다. 수수께끼 배의 정체는 40년 전 실종된 안토니아 그라자호. 대원들은 고철 덩어리로 변한 배에서 죽은 지 몇 달밖에 안되는 시체들을 보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지만 나무 궤짝에서 엄청난 양의 금괴가 발견되자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금괴를 옮겨싣고 떠나려는 순간 북극전사호가 원인모를 폭발로 화염에 휩싸인다. 외부와의 통신도 두절된 상태. 이제 남은 방법은 그라자호를 수리해 떠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원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진다. 「인디아나 존스」와 「어비스」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스티브 벡 감독은 데뷔작인 「13고스트」에서 발휘했던 공간 연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망망대해의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유령선은 그 자체로도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줄리아나 마굴리스, 가브리엘 번, 론 엘다드, 데스몬드 해링턴 등 스타급을 배제한 캐스팅도 사실감을 더한다. 그러나 유령의 존재가 너무 일찍 노출된데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키는 광기가 극의 흐름에 제대로 녹아들어가지 못해 다음 장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실패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공포영화 명작들은 세련된 특수효과나 엽기적인 장면이 아니라 관객의 상상을 불허하는 줄거리 전개로 승부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