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풍경을 두터운 마티에르와 가라앉은 색조로 묘사하는 서양화가 오치균씨가 사북지역의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개인전을 연다. 11월 6-18일 서울 관훈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사북그림'전에는 촌스러운 폐허의 풍경이 담긴 작품 40여점이 나온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사북은 한때 탄광촌의 대명사였다. 1980년 '사북사태'를 겪은 이 지역은 이후 폐광의 운명을 맞고 쇠락했으나 근래 들어 카지노가 생기면서 전혀 다른 소비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오씨는 소비도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면에서 여전히 쇠잔한모습으로 남아 있는 풍경에 친근감을 가졌다. 탄광촌의 영화가 그림자로 남아 있는그림 속의 사북풍경은 돌아갈 수는 없으나 치열한 삶의 자취가 느껴지는 모습으로다가온다. 작가는 5년 전 우연히 이곳을 찾은 뒤 시커먼 사북의 인상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무작정 눌러앉아 캔버스를 펼쳤다. 그는 손바닥과 숟가락에 물감을 발라 두텁게 층을 지어내는 지두화(指頭畵ㆍFinger Painting) 기법으로 탄광촌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휑하니 바람만 오르내리는 돌계단,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 꼭 닫힌 문과주인 잃은 장독, 골목을 홀로 지키는 꽃…. 인적이 끊긴 탄광촌의 모습은 무척 을씨년스럽다. 그러나 작가는 쓸쓸함의 한편에 따스함과 밝음을 동시에 그려내려 했다.몰락한 탄광촌에 또하나의 희망을 심으려는 것이다. ☎ 720-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