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팔레스타인은 전시상황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축구팀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아마추어 축구선수로만 구성됐지만 출장을 앞둔 그들의 각오는 비장하기만 하다. 슬픔에 잠긴 조국에 한번만이라도 승전보를 전해주고 싶은 선수들.그러나 프로 선수들을 앞세운 국가들과의 경기는 힘겹기만 하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 목적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SBS는 아시안게임 특집 '메달은 없어도 영광은 있다'를 오는 12일 오후 11시50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비롯해 몽골 팔레스타인 라오스 등 8개국 10개 종목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들을 밀착 취재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열심인 이들의 연습현장과 경기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차 팔고 집 팔아 선수촌 비용을 어렵게 마련,부산을 찾아온 몽골의 어린 탁구 선수들.모든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패배했지만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기 때문.어린 선수들의 고군분투에 관중석에서도 따뜻한 격려의 환호가 이어진다. 자유형 1백m 예선경기장.몰디브의 검은 진주 아쥬는 선수단 중 유일한 여선수다. 20여 초의 격차로 꼴찌로 결승점에 들어왔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어도 그녀는 몰디브 신기록을 깬 것이다. 체조연습장에는 필리핀에서 온 2명의 요정이 몸을 풀고 있다. 평균대 위에서 넘어지고 2단 평행봉에서 떨어져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체조선수들.또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코치도 함께 오지 못한 스리랑카 남자체조 선수들도 있다. 그들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다. 예선보다 더 나은 기록이 목표다. 이 프로그램은 화려한 인기종목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한국의 비인기종목 선수들도 취재했다. 비치발리볼과 소프트볼 선수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을 지켜본다. 또 유도의 금메달 기대주였던 장성호 선수가 무제한급 메달 탈락 후 라커룸에서 흘린 눈물을 단독 취재했다. 제작진은 "비록 메달은 없지만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냄으로써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