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이미자씨가 평양 무대에서 '민족의가수'로 인정을 받았다. '2002 MBC 평양 특별공연'의 첫번째 무대 '평양 동백아가씨'가 펼쳐진 동평양대극장에서는 43년간 남녘 동포의 심금을 울려온 이미자씨의 노랫소리가 북녘 동포의가슴에도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27일 오후 6시 50분부터 90분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북한 주민들도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무대. 1천520석의 동평양대극장을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은 이미자씨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귀빈석에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김용순 위원장과 리종혁 부위원장, 문화성의 강능수 문화상과 송석환 부상, 양시운조선중앙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인사가 김중배 사장과 신종인 제작본부장 등 MBC의 임원진과 나란히 앉아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막이 오르자 조선국립민족예술단과 MBC 합창단이 남한에도 널리 알려진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합창하며 관객들을 맞았다. 이어 사회를 맡은 신동호 MBC 아나운서는 들뜬 어조로 인사말을 건넨 뒤 오늘의 주인공인 이미자씨를 소개했다. 하늘색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이미자씨가 65년 발표된 '동백아가씨'로 첫 무대를 꾸미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오며 단번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자씨는 '아씨', '황포돛대', '흑산도 아가씨', '기러기 아빠', '여자의 일생' 등 자신의 노래인생 40여년의 대표곡과 북한에서는 계몽가요라고 일컫는 해방전 트로트 애창곡 '애수의 소야곡', '눈물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그리고 '가슴 아프게', '고향역' 등 남한의 인기 트로트 가요를 포함해 모두 22곡을 열창했다. 그는 2부 순서에서는 진홍색 저고리와 남색 치마의 한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등장했으며 북한 관객들을 위해 가곡 '성불사의 밤', 트로트곡 '압록강 칠백리'와 '선죽교', 민요 '몽금포 타령' 등 북한을 배경으로 한 가사의 노래를 선사하는 배려도잊지 않았다. '섬마을 선생님'을 독창곡의 마지막 순서로 장식한 이씨는 북한 공연단의 단골피날레곡인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객석의 평양 시민들은 이미자씨의 노래를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탓인지 다소 생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심금을 울리는 청아한 목소리에 놀란반응을 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막이 내려진 뒤에도 뜨거운 박수로 '커튼 콜'을 요구해 이씨는 몇번씩 무대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려야 했다. 이 자리에는 평양의 현대아산체육관 건설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현대건설근로자 30여명도 참석했다. 이번 공연은 MBC의 방성근 차장과 조선중앙TV의 김일남 부국장이 공동연출을 맡은 것을 비롯해 촬영, 기술, 조명, 미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양 방송사의 인력이각각 40명씩 공동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ㆍ송출했다. 무대 배경도 양쪽에서 준비한 한반도기가 차례로 장식하는가 하면 전통미를 살린 북한의 배경 화면과 현대적인 분위기의 남한 세트가 어우러져 남북화합의 의미를더욱 높였다. '이미자의 평양 동백아가씨'는 인도양의 인공위성(인텔샛)을 이용해 남한에 생중계됐다. 조선중앙TV는 28일 북한 전역에 녹화방송할 예정이다. 대외적인 국가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공연 시작 전 30여분간 MBC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호전되는 시점에서 평양을 찾아 더욱 뜻깊다"면서"6ㆍ15 남북공동성명 정신에 입각해 함께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MBC 방북 공연단은 29일 같은 장소에서 윤도현밴드, 가수 최진희, 테너 임웅균등이 북한 가수들과 함께 펼치는 무대 '오! 통일 코리아'를 마련한 뒤 30일 돌아올예정이다. (평양=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