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무렵 유라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리안의 웅대한 기상과 동양적 신비로움이 조화를 이룬 앙드레 김의 패션미학이 칭기즈칸의 고향 몽골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17일 오후 7시(현지시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중앙문화궁전에서 칭기즈칸탄생 840주년 기념으로 열린 '2003년 앙드레 김 몽골리안 페스티벌'은 강렬한 몽골리안의 기상과 동양적 신비가 절묘하게 조화된 화려하고 환상적인 무대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몽골 정부와 주한 몽골대사관, 몽골관광청의 초청으로 열린 이날 패션쇼에서는한국인 모델 13명, 몽골 현지 모델 8명 등 모두 21명의 정상급 모델이 출연해 올 겨울과 내년 봄을 위한 작품 155점을 선보였다. 패션쇼는 ▲1부-위대한 칭기즈칸 ▲2부-천상의 시와 로망스 ▲3부-몽골의 전설과 한국의 꿈 ▲4부-일곱겹 베일의 광시곡 ▲5부-영원한 사랑과 서약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의 시작과 함께 광활한 초원의 겨울을 누비던 칭기즈칸의 강렬한 에너지와 용솟음치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원시적 질감의 원피스 드레스와 애프터눈 수츠, 애프터눈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어 튀르콰즈(터키석) 블루와 바이올렛, 와인 퍼플, 오렌지 등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상의 드레스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며 로맨티시즘의 달콤한 향연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동서양의 미가 이뤄내는 환상적인 조화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콘서트 드레스, 이브닝 드레스, 애프터눈 드레스가 차례로 등장, 봄날의 서정시와도 같은 감미로운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뒤이은 무대에서는 몽골 고대 왕실과 한국의 왕실에 함께 흐르는 동양의 혼과 신비, 기품과 위상을 현대미로 승화시킨 앙드레 김의 독창적 의상들이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몰고 갔다. 4부는 이날 패션쇼의 클라이막스. 한국 여인의 그리움과 꿈, 한의 일생을 일곱 색깔 겹겹이 담아 오묘한 신비와고혹적인 기품으로 표현한 앙드레 김만의 독창적인 일곱겹 드레스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일곱겹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모델이 한국 고유의 가락에 맞춰 옷을 한 겹씩 벗어던질 때마다 관객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한국 여인이 지닌 한의 정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패션쇼의 마지막 순서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날 영원한 약속을 위한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가 표현하는 아름다운 꿈의 대서사시였다. 톱모델 김은심을 비롯한 한몽 양국 모델들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양의 웨딩드레스를 선보인 데 이어 몽골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인 탤런트 송승헌과 댄스그룹 '핑클'의 성유리가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바그너의 악극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흰색 꽃자수가 놓인 순백의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성유리가 송승헌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무대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나오자 객석에서는 열띤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MN 투데이, 오너도르 등 몽골의 주요 일간지들은 이날의 패션쇼 기사를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하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패션쇼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부인인 어윤비렉 여사를 비롯한 몽골정부 주요 인사와 패션 관계자, 국내외 보도진 등 1천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울란바토르=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