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 영화가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수익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일 올 상반기 개봉된 한국 영화는 38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늘었지만 전국 기준 편당 관객수(79만8천여명)는 40만명이나 줄고 편당 흥행수입(21억4천여만원)도 11억원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봉된 주요 영화의 편당 평균관객은 1백20만명,극장 매출은 32억3천만원이었다. 극장 매출에 수출 및 방송 비디오판권 수입(10억원)을 합칠 경우 상반기 개봉 한국영화 중 흑자를 기록한 영화는 9편(23.7%)에 불과하다. '나쁜 남자''공공의 적''2009 로스트메모리즈''집으로…''묻지마 패밀리''정글쥬스''결혼은 미친 짓이다''해적,디스코왕 되다''울랄라 시스터즈' 등이다. 그러나 흑자를 낸 영화라 해도 대부분의 경우 흑자 규모가 소폭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 적'과 '집으로…'만 50억∼1백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고 다른 작품들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개봉 작품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개봉 작품수는 지난해 상반기 24편에서 올 상반기 38편으로 58%나 늘어 같은 기간 한국영화 관람객 증가율(41%)을 크게 웃돌았다. 제작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타 출연료 등이 급등하면서 올 한국 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평균 30억∼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관객이 그만큼 늘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졌다. 특히 일부 영화의 제작비는 평균치의 3배에 가까운 80억원에 달했는데도 작품 질은 별로 높아지지 않아 기대만큼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이광모 대표는 "제작 편수가 급증하면서 개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이것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또 김혜준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은 "한국 영화가 관리능력과 관객의 공감을 도외시한 채 스케일 경쟁에 빠졌다"면서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투자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