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마다 재연 프로그램이 급증하면서외국인 엑스트라의 출연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재연 프로그램은 MBC「타임머신」「신비한TV 서프라이즈」,SBS「깜짝 스토리랜드」등 7~8개.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신기한 사건.사고의 재연을소재로 삼다 보니까 이제 외국인 단역배우는 이들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을 각 방송사에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현재 성업 중인 업체는 D.G.H사 등 3~4곳.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3~4년 동안 방송사에서 외국인 수요가 7-8배까지 늘었다고 귀띔했다. 각각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이다도시와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이탈리아 청년 부르노가 한때 국내 브라운관을 누비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면 현재 활발한활동을 펼치고있는 외국인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티모시 어츄바(34)씨. 무역업을 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는 능수능란한 우리말을 구사하며 KBS「세상의 아침」의 리포터로 활약 중이다. 또 각종 쇼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유학생 B씨는 최근 막을 내린 KBS「명성황후」에서 `러시아공사'역으로 고정 출연했고 얼마전 방송된 MBC「서프라이즈」의 `링컨대 케네디'편에서 링컨 대통령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 이 코너에서 케네디 대통령 역으로 출연한 외국인 역시 국내 모 대학원에 재학 중인 불가리아 유학생이다. 전문 업체에 소속된 외국인을 포함 단발적으로 길거리 캐스팅된 이들까지 합하면 단역배우를 거쳐간 외국인들은 수백여명에 이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출연은 극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이 선호한다. 「서프라이즈」의 한 관계자는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촬영시간이 평소보다 2배이상 들지만 외국의 사건.사고를 다룰 경우 현장감을 살리기위해 외국인 섭외는 이제 필수"라고 전했다. 따라서 단역배우 활동은 한국에서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르바이트로 각광받고 있다. 돈도 벌고 다양한 한국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유학생들끼리 프로그램 정보를 교환하는가하면 배역에 맞는사람을 서로 추천해주기도 한다. 출연료는 배역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4시간에 8~10만 원선. 얼마전까지 최고 인기를 누린 브루노의 경우 두 시간짜리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고70만원까지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활동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점. 티모시나 브루노처럼 전문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연예 활동이 가능한`E-6'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유학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전허가 없이 방송사에서 단역배우로 활동할 수 없게 돼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사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사전허가를 신청한 외국인 유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사 역시 이들을 출연시키는 게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급급하다 보니까 묵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방송사 PD는 "오히려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