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탤런트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들어 누가 '몸값' 최고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방송가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오는 11월말 SBS에서 방영할 드라마(제목 미정)로 5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할 톱스타 전도연은 회당 1천만원의 개런티를 받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승헌과 장나라는 GM기획의 20부작 블록버스터 드라마(SBS방영 예정)에 주연으로 발탁돼 역시 회당 1천만원을 웃도는 출연료를 챙겼다는 후문이다. 배우들이 실제 개런티는 당사자들 외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전까지는 KBS「명성황후」의 이미연과 SBS「여인천하」의 강수연이 각각 회당 500~700만원을 받은 것이 최고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그간 톱 탤런트들이 보통 회당 200~300만원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출연료가 5배 가량 뛴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뜩 캐스팅난을 겪고있는 각 방송국의 일선 PD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편이다. KBS의 경우 미니시리즈 한 회당 책정된 제작비는 4천500만원. 몸값 1천만원대 톱스타 한 명만 출연시켜도 제작비의 3분의1 가량을 쏟아야할 판이다. KBS의 이교욱 PD는 "너도나도 엄청난 개런티를 불러 캐스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캐스팅 문제 때문에 무기력감에 빠진 PD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한 것은 방송사들의 출혈경쟁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각 사마다 시청률 경쟁에 혈안이 돼 인기가 보장된 '안전판' 스타에만 매달리다보니 몇몇 스타들의 몸값은 자연히 뛸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톱스타들이 영화계로 옮겨간 것도 '몸값'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을 다시 브라운관으로 `모셔오기' 위해서는 영화계 만큼 '좋은' 대우가 필요하기 때문. 한번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배우들은 '당일치기'로 찍는 고된 드라마 촬영보다 안정된 영화 촬영을 선호하는 편이다.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증가한 것도 개런티 상승의 요인이다. 작품을 방송국에 납품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다 보니까 각 외주 제작사마다 스타를 영입하기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있는 것. 김종학프로덕션과 GM기획이 각각 전도연과 송승헌.장나라를 1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면서까지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등장으로 방송가의 역학 구도가 바뀐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타가 소속된 연예기획사들은 캐스팅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배우들의 몸값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이 많다. 문제는 이처럼 스타의 높은 출연료가 작품의 질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한정된 제작비에서 한두 명의 배우에게만 높은 개런티를 주다 보면 다른 스태프나 조연, 대본, 작가 등에 쏟아야할 돈은 그만큼 줄어들어 결국 스타에만 의존한 내실 없는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또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이 겪어야할 상대적 박탈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자칫 제작진 전체의 사기 저하로까지 이어질 염려마저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스타시스템은 필요한지만 국내시장의 크기에 걸맞지 않은 출연료 상승은 결국 방송계와 영화계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다양한 배우가 출연할 수 있도록 드라마의 소재를 넓히는 등 드라마의 작품성으로 승부를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