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니온 신학대학은 본 회퍼,폴 틸리히 등이 몸담았던 진보신학의 메카다. 1백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이 신학대학이 1996년 처음으로 아시아 여성을 종신교수로 임명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뒤 유니온 대학에서 '아시아여성 해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현경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현경 교수는 이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아시아여성의 영성문제를 제기,세계 신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BS의 '21세기 여성특강'에서는 현경 교수가 출연하는 '현경(玄鏡)에 비친 생명과 여성'을 오는 8월2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30분간 내보낸다. 현경 교수는 이번 방송을 통해 여성의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여성들의 '살림'을 특히 중요한 개념으로 본다. 여성이 집안 살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집안을 넘어 혼탁한 정치·사회풍토를 개선하고 내 아이를 씻기듯 더러운 강물을 깨끗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여성들에게 '살리는 사람',즉 '살림이스트'가 되자고 말한다. 오는 17일 방송되는 '유혹자 이브'에서 현경 교수는 그동안 남성위주의 신학이 여성을 억압해 왔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신학의 가장 큰 도전은 해방·민중신학이 아니라 여성신학이라며 여자들이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했던 성경말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 달라이라마,데스몬드 투투 주교 등이 멤버로 있는 세계종교간평화회의 최연소 자문위원으로 있는 현경 교수는 종교간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다. 힌두교의 칼리 여신,불교의 관세음보살을 통해 타 종교에 나타난 여성성이 기독교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도 모색한다. 현경 교수는 "신을 설명하는 신학자보다 신을 표현하는 신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