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수면 위로 한 젊은이가 외로이 헤엄을 친다. 그 앞에는 가야 할 먼 물길이 놓여 있다. 나이 지긋한 남자의 거대한 두상은 바닥에 반쯤 얼굴을 묻고 비스듬히 앞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간절한 그리움같은 것이 배어 있다. 조각가 이종빈씨가 9번째 개인전을 서울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7월3일까지. 출품작은 '수영하는 사람' '나는 아버지를 본다' '자소상' 등. 아울러 미니어처 100점도 전시됐다. '수영하는 사람'은 예술가인 자신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매끄러운 철판을 모노크롬 처리한 다음 한쪽 가장자리에서 건너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예술의 바다를 헤엄치는 작가의 나르시시즘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실향민의 아들인 작가는 영상설치작품 '나는 아버지를 본다'에서 이산이 남긴 또다른 그림자를 보여준다.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에 대한 연민과 이해로 화해를 시도한다. 아버지가 겪어온 고난과 박탈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작가의 반성적 자세는 100점의 미니어처로 꾸민 '아트 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제작했던 작품을 미니어처로 다시 만든 다음 이를 '예술지도'로 만들었다. 이 미니어처들은 작가의 삶과 예술적 자취를 더듬게 한다. ☎ 735-6317~8.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