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야 사는' 도둑 집안과 `막아야 하는’형사집안의 2대에 걸친 대결을 그린 코믹영화. 이러한 `천적'의 관계가 첨단 침투장비와 방어시스템의 대결로 흥미를 더하지만「오션스일레븐」「엔트렙먼트」처럼 `도둑질'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과는 일찌감치 방향을 달리 잡았다. 역점을 둔 쪽은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는 다양한 캐릭터들. 「매트릭스」의 전사들처럼 검은 롱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다리를 쭉쭉 내뻗는 여형사나 `박카스'를 들이켜 `헐크'로 돌변하는 순진한 형사(김진만), 철가방을 주무기 삼아 설쳐대는 양아치(최상학)까지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요즘 한국영화의 흥행 코드로 떠오른 `조폭'을 양념으로 쳤다. 주로 `5번' 삽을 들고 산 사람을 생매장하는 `삽질이파’두목과 전리품에 행여 상처가 날까전전긍긍하는 빌딩 경비 대장 쌍칼(정운택) 또한 예사 인물은 아닌 듯 보인다. 정운택ㆍ최상학ㆍ권용운ㆍ조형기ㆍ이재용 등 감초 연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조연급 연기자들과 깜짝 출연한 연극배우 장두이, 개그맨 이창명의 등장도 작품의 튀는 분위기에 한 몫한다. 한평생 쫓고 쫓기는 관계였던 도둑 진희(전무송)와 형사 장용(양택조)은 우연히혼기에 처한 자식들이 마련한 양가부모 상견례 장에서 맞닥뜨린다. 도둑의 아들 우진(박광현)과 형사의 딸 윤아(박예진)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 그러나 상견례 장에서 장용이 진희의 팔에 보란 듯 쇠고랑을 채우면서 자식들 또한 원수가 돼 등을 돌린다. 이후 우진은 어느 곳이라도 침투할 수 있는 스틸게임을, 경찰인 윤아는 첨단 방어시스템 시큐리티 게임을 개발해 벤처 기업의 산실인 테헤란로 빌딩에 입성한다. 하지만 정부 벤처 지원금 50억 원을 제공받으려면 두 회사가 합쳐야 한다는 단서를 듣고 둘은 빌딩 한 곳을 택해 훔치고 막는 대결을 펼쳐 이기는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삽질이파' 은거지가 대결 장소로 낙점되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출연진들의 면면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도둑파'와 `경찰파'의기싸움 등 폭소를 이끌어낼 만한 장면이 몇군데 눈에 띄긴 하지만「뚫어야 산다」가관객들의 막힌 속까지 확 뚫어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캐릭터가 제각각 너무 튀는 데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전체 구성이 엉성편이기 때문이다. 2대에 걸친 집안 싸움과 정부 투자금을 차지하기위해 벌이는 대결구도 역시 개연성과 치밀함이 엿보이기보다는 다소 급조된 듯 아쉬움을 준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