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될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은 SF, 액션, 호러를 합쳐놓은 전형적인 여름 영화. 미래세계의 독점기업 엄브렐라 그룹은 지하의 연구소 `하이브'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실험을 벌이고 있다.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이 바이러스가 유출되자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 `레드퀸'은 연구소를 완전히 봉쇄한 채 직원들을 죽여버린다. 레드퀸의 발호와 바이러스 유출을 막기 위해 긴급히 특공대가 투입되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뿐. 만일 임무 완수에 실패하면 온 인류는 파멸을 면할 수없다. 동명 인기 게임(국내에서는 `바이오 해저드'란 이름으로 출시)을 스크린에 옮긴「레지던트 이블」은 연속된 정육면체 공간 속에서 출구를 찾아나서는 큐브」나 첨단 기계장치의 운동에 따라 유리 칸막이가 끊임없이 미로를 만들어내는 「13고스트」처럼 공간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 베를린 라이히스타그 지하철역을 개조한 하이브의 내부는 특수효과와 몽환적 분위기의 조명에 힘입어 불확실한 미래세계의 분위기를 그럴 듯하게 풍겨내며 특공대가 되살아난 시체(좀비)의 공격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은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킨다.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이 빚어낸 좀비들의 모습이나 몸이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장면 등도 이른바 `엽기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큼 끔찍하다. 그러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비롯한 등장인물은 배경에 압도돼 존재가 희미해졌다. 컴퓨터 게임의 특성처럼 줄거리의 고저장단 없이 강도높은 공포와 긴장이 끊없이 반복되는 것도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도입부에 인류의 오만이 빚어내는 재앙을 상징하는 듯한 단서를 던져놓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현대사회를 향한 메시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만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일 뿐 당초부터 속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