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를 만들었던 화가 출신 감독 줄리앙슈나벨의 두번째 영화. 쿠바출신 작가이자 동성애자인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21일 개봉하는 「비포 나잇 폴스」는 200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각 영화 비평가 단체들에 의해 '올해의 10대 영화'로 선정되는 등각종 영화제와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칫 울적하기만 할 수도 있는 한 억압받는 작가의 일대기가 긴장감있는 내러티브와 화가 출신 감독의 감각적인 카메라 붓질, 아름다운 쿠바음악과 함께 주인공 아레나스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에 힘입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쿠바의 한 시골지방에서 성장하는 레이날도 아레나스.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신의 문학적 감성을 키워간다. 10대의 나이에 무작정 카스트로 반군에 가담한 그는 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작가로서의 재능을 키워가던 중 첫소설 '우물로부터의 노래(singing from the well)'로 쿠바의 촉망받는 작가 대열에 오르게 된다. 혁명 초기의 아바나. 아레나스는 작가들과 동성애자 친구들을 만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나 혁명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사사로운 정(情)보다 고발정신이 우선'임을 내세우는 정권은 예술가와 동성애자를 탄압하지만 아레나스는 글쓰기와 '투쟁수단'이 돼 버린 동성애를 멈추지 않는다. 두번째 작품 '환각'(Hallucination)의 해외출간으로 정부의 기피인물이 된 아레나스는 결국 '엘 모로' 감옥에 투옥되고 그 안에서 집필활동을 계속한다. 80년 카스트로의 추방정책으로 쿠바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아레나스는 희망속에서 글쓰기를 계속하지만 허무하게 찾아온 에이즈를 '정신과 육체가 감당치 못해'자살을 택한다. 「하몽하몽」 등의 영화에서 주로 마초 스타일로 등장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은 이 영화에서 솔직하고 순수한 성적 즐거움에서부터 감옥 독방에서의 공포까지 다양한 표정을 소화해내 배우로서의 진가를 인정받는다. 많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조니 뎁과 숀 펜도 이 영화의 작은 즐거움. 1인2역의 조니 뎁은 아레나스의 원고를 감옥 밖으로 빼돌려 주는 게이역과 전향을 강요하는 잘생긴 대위역을 연기한다. 숀 펜은 영화 초반에 혁명에 참여하려는 소년 아레나스를 자신의 마차에 태워주는 농부로 얼굴을 내민다. 촬영은 멕시코에서 진행됐지만 쿠바의 거리 모습, 해변의 풍경과 길거리의 소리까지 실제와 다름없이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