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직후 임권택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늘 멍에를 메고 사는 것 같았는데 호명받는 순간 일시에 멍에에서 벗어나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98편의 영화를 만들며 오늘을 기다렸다"면서 "지금까지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상을 며칠만이라도 빌려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상 소식은 언제 알았나. "내 이름이 불릴 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 사전에 통지는 없었다. 다만 시사회 후 반응이 좋아 수상을 예상했다." -수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원의 치열한 예술혼을 심사위원들이 좋게 평가해 준 것 같다. 프랑스 영화인 피에르 르시엥에게 감사한다. 그는 '취화선'을 극찬하고 외국 평론가들에게 알리는 데 힘써줬다." -영상미가 빼어나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데. "한국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 화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고감도 필름으로 저속 촬영함으로써 질감을 높였다." -임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장승업은 동양화에,나는 영화에 미쳤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다. 장인들의 예술혼은 일치한다. 오원이 불가마에 들어가 자살하는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것 같다. 나도 그런 각오로 연출에 임했다." -'취화선'은 언제 기획한 작품인가. "1978년 우연히 자료를 뒤지다가 화가 장승업의 일생에 접근했다. 조선시대 3대 화가라고 하지만 그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게 없어 더욱 궁금했다. 부족한 자료는 나에게 영감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